시진핑 장기집권 속 '불안한' 공청단파 후춘화·루하오 운명

입력 2018-03-20 11:05  

시진핑 장기집권 속 '불안한' 공청단파 후춘화·루하오 운명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2기 권력구도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유력한 차세대 주자로 꼽혔던 후춘화(胡春華·54) 부총리에 대해서는 명암이 엇갈린다.
후춘화 전 광둥(廣東)성 서기는 19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국무원 부총리 및 각 부처장관 인선에서 예상대로 부총리로 선임돼 한정(韓正) 정치국 상무위원을 위시한 4명의 부총리단에 합류했다.
일찌감치 후진타오(胡錦濤) 집권 시절 격대(隔代) 후계자로 사전 지명돼 별다른 과오 없이 광둥성 서기 등 주요 직무를 마친 후춘화로선 차기 지도자를 예약받지 못한 채 부총리단에서도 서열 3위의 부총리에 그친 것은 다소 억울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국가주석 3연임 제한 규정을 삭제한 헌법 개정으로 시 주석의 장기집권 길이 열림에 따라 후춘화로서는 갈 길이 더욱 옹색해졌다.
그렇다고 후 부총리가 차기 최고지도부 진입을 완전 포기하기에는 성급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후춘화가 권토중래를 모색할 수 있다는 긍정적 신호도 나타나고 있다.
전인대의 이번 부총리 인선 표결에서 후춘화는 찬성 2천969표, 기권 1표로 부총리중 유일하게 반대표가 없었다.
한 정 상무부총리에게 반대 4표가 있었고, 쑨춘란(孫春蘭) 부총리에 반대 5표, 기권 8표, 류허(劉鶴) 부총리에 반대 3표, 기권 2표가 있었던 것보다 훨씬 나은 성적이다. 심지어 18일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얻었던 찬성 2천964표, 반대 2표보다도 낫다.
시 주석의 견제에도 후 부총리에 대한 사그러들지 않은 중국 관가의 신망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후춘화의 부총리 서열은 시 주석의 경제책사인 류허 부총리보다 앞선다.
아울러 시 주석이 가장 중시하는 사업현안인 농촌 빈곤퇴치 영역을 맡게 된 것은 후춘화에게 기회이자 도전이 될 수 있다.
시 주석은 오는 2020년까지 '어느 한곳도 빼놓지 않고' 탈빈곤 대업을 완성해야 한다며 이를 전면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실현의 중대 지표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후 부총리는 앞으로 시 주석 옆에서 자신의 충성심을 끊임없이 보여주며 담당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사실 후춘화가 맡은 농업, 위생은 실적을 내기가 쉽지 않은 분야로 꼽힌다.
홍콩 시사평론가 류쓰루(劉斯路)는 "현재 상황에서 후춘화가 차기 후계자가 되기는 불가능하고 총리 가능성은 남아있는 편"이라며 "그가 실제 총리에 오를지 여부는 그의 업무실적, 시 주석과의 관계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오는 2022년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시 주석이 당 총서기를 내려놓지 않고 이듬해 양회에서 국가주석을 연임한다면 후 부총리에게는 상무위원 자리에 오른 다음 총리 직을 기대할 수 밖에 없다.
이마저 5년전 상태로 돌아가 원점에서 천민얼(陳敏爾) 충칭(重慶)시 서기와 경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다.
특히 천 서기는 시 주석의 신임을 한 몸에 받는 측근 인사이고 자신은 시 주석의 견제를 받고 있는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파라는 점에서 부담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시 주석이 2022년에 집권을 연장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후 부총리에게 주어진 기회는 작아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이번 전인대 인선에서는 후 부총리와 함께 또다른 공청단파의 신진인사 루하오(陸昊·51) 자연자원부 부장의 전도도 주목을 받고 있다.
현 국무원 각료 중 가장 나이가 어린 루 부장은 후춘화·천민얼 류링허우(60後·1960년 이후 출생자) 세대를 잇는 차차기 주자로 급부상한 상태다.
2003년 36세의 나이에 베이징시 부시장이 된 루 부장은 2008년 허베이(河北)성 성장으로 옮겨가던 45세의 후춘화로부터 공청단 최고위직인 중앙 제1서기 자리를 물려받은 적이 있다.
이후 2013년 헤이룽장(黑龍江)성 성장으로 옮겨 지방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루하오의 헤이룽장 성과가 순조로웠던 편은 아니다.
2016년 3월 압록강 지역 탄광업체 룽메이(龍煤)그룹 노동자의 임금체불 문제를 처리하다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밝힌 일로 현지 노동자의 항의시위가 촉발됐고 결국 공개적으로 잘못을 시인해야 했다.
또 헤이룽장내 한 스키리조트 사업이 성장과 투자자를 속였다는 폭로가 일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런 파벌 배경과 업무 논란에도 불구하고 후춘화와 루하오 모두 중앙 요직을 맡게 된 점은 시진핑 시대에도 여전히 당내 엘리트 지도자의 육성, 인선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jo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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