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車 우려가 현실로…美보행자 사망에 규제여론 빗발

입력 2018-03-20 12:17   수정 2018-03-20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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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車 우려가 현실로…美보행자 사망에 규제여론 빗발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미국에서 자율주행 차량에 치여 보행자가 숨지는 사건이 19일(이하 현지시간) 처음으로 발생하면서 이른바 '로봇 자동차'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미 의회에는 자율주행 기술을 상대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빗발치고 있고, 사고 차량 업체인 우버는 또다시 초대형 악재에 휩싸이게 됐다.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부어 너도나도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던 자동차, IT(정보기술) 업계에도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 우버 또 사고…보행자 사망은 처음
최근 들어 자율주행 차량이 일으킨 교통사고는 있었지만 보행자가 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미 애리조나 주 템피 시에서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인 우버가 시험운행 중이던 자율주행 차량에 치여 40대 여성 보행자가 숨졌다.
문제의 차량은 운전석에 운전자가 앉은 상태에서 자율주행 모드로 운행 중이었으며, 사고 현장을 보행자 주의가 필요한 구역으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버는 사고 직후 북미 전역에서 자율주행 시험운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같은 사태를 최근 몇 년 사이에 수차례 되풀이하는 셈이어서 비판 여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우버는 지난 2016년 12월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에서 자율주행 차가 도로 옆 바리케이드를 들이받는 사고를 내면서 시범운영을 중단했다가 이듬해인 2017년 3월 슬그머니 재개했다.

하지만 같은 달 애리조나 주에서 사고가 반복됐다. 당시 우버 택시 한 대가 자율주행 모드로 운전하다 옆 차량과 충돌했으나, 경찰 조사에서 우버 택시엔 책임이 없다는 발표가 나오자 즉각 시험운행을 재개했다.
우버 외에 전기차 1인자인 테슬라도 자율주행 상태에서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를 일으켰다.
2016년 6월 플로리다 주 고속도로에서 테슬라S 운전자가 오토파일럿 모드로 달리던 중 트레일러와 충돌하며 사망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는 프랑스 회사인 나비아가 제작한 자율주행 셔틀버스가 트럭에 들이받히기도 했다.

◇ "안전이 먼저" 규제 강화 여론 빗발…자동차·IT업계 깊어지는 고민
미국에서는 자율주행 기술을 선점하고자 관련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으나, 이번 보행자 사망으로 규제 강화 여론에 힘이 실리게 됐다.
자율주행 기술이 도로 혼잡을 완화하고 교통사고 위험도 줄일 것이란 업계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우버만 해도 이번 사고 지역인 애리조나 주를 포함해 피츠버그, 캐나다 토론토에서 당국 허가를 얻어 자율주행을 테스트해왔다.
특히 미국에서도 가장 규제를 완화한 지역은 캘리포니아 주로 꼽힌다. 현재 삼성전자, 애플을 포함해 약 50개 기업에 자율주행 시험 허가를 내줬으며, 지난달엔 운전석에 사람이 앉지 않더라도 자율주행 시험이 가능하도록 승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장 미 의회에서부터 그간 규제 완화 흐름에 정면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민주당 리처드 블루멘털 상원의원은 성명을 내고 "이번 비극적 사고로 볼 때 자율주행 기술이 미국 도로를 공유하는 승객, 보행자, 운전자에게 안전해지려면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에드 마키 상원의원도 우버 사고에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노동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미 트럭 운전자 노동조합인 '국제 트럭 운전자 연대'(International Brotherhood of Teamsters)는 성명에서 자율주행 차량이 공용 도로와 고속도로에서 테스트하는 데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앞으로 이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한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다퉈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던 자동차, IT 업계도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자율주행 기술이 교통 시스템을 뒤흔들 첨단 기술로 떠오르면서 도요타, 제너럴모터스를 포함한 자동차 제조사부터 구글, 애플, 엔비디아를 포함한 IT 업체까지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미 교통 장관을 지낸 앤서니 폭스는 19일 로이터 통신에 "이번 사고는 자율주행 업계와 정부가 안전성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경각심을 줬다"고 말했다.




newglas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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