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금융산업 정비…"결국은 경제의 당·국가 충성도 높이기"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자신의 '경제책사'인 류허(劉鶴)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을 19일 부총리로 앉힌 것은 앞으로 중국 경제 구조개혁에 더욱 고삐를 죄겠다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왔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0일 '시 주석이 하버드대 교육을 받은 고문을 경제 고삐를 틀어쥐는 데 이용한다'는 기사를 통해 이 같은 시각을 보도했다.
NYT는 특히 류 주임의 부총리 발탁은 "시 주석이 위험한 대출을 받는 것을 줄이라는 명확한 시그널을 각 기업에 보낸 것"이라고 해설했다.
류허 신임 부총리는 1960년대 중국 최고 명문인 베이징 101 중학에서 시 주석과 친구로 만나 지금까지 친분을 맺고 있는 인물이다.
이번 선임을 통해 리커창(李克强) 총리 경제 관할권 대부분을 넘겨받아 경제정책을 총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NYT는 중국의 정치·경제 등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해 시 주석이 장악력을 더욱 강화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시 주석은 그간 금융개혁, 공급측 구조개혁, 국유기업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시코노믹스(시진핑+이코노믹스)'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중국 기업이 지난 10여 년간 대출을 통한 무분별한 확장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금융 시스템 관련 문제는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류허 부총리에게는 부채 문제 해결 같은 시 주석의 고민을 덜어주되 경제 성장의 동력도 잃지 않아야 하는 까다로운 과제가 주어진 것이다.
쉬쓰타오 들로이트 베이징지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지도자들은 중국의 금융산업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점을 염려하고 있다"며 "류허는 상당히 큰 숙제를 안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류허 부총리는 하버드대에서 공부한 경력이 있는 만큼 시장 경제 원리도 충분히 고려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NYT는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마이론 브릴리언트 미국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류허는 중국 특유의 상황을 가미한 시장 자유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브릴리언트 부회장은 "류허는 한가지 이상의 비전으로 시스템을 살펴보는 인물"이라며 "그는 시장과 사적 영역의 가치를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류허 부총리가 주도하는 경제정책도 시 주석이 이끄는 중국 정부 관련 이해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NYT는 경제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류허 부총리의 임무는 결국 '경제는 당과 국가의 이해에 우선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시 주석의 비전을 수행하는 것이 될 뿐이라고 전했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