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극장 상설공연 '궁:장녹수전' 내달 개막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조선의 악녀', '희대의 요부'로 불리며 연산군을 쥐락펴락한 장녹수에 대해 연산군일기 8년(1502) 11월 25일자는 이렇게 쓰고 있다.
"처음에는 집이 몹시도 가난해 몸을 팔아 생활했으므로 시집을 여러 번 갔다. 그러다가 제안대군 가노(家奴·남자노비)의 아내가 되었다. 아들 하나를 낳은 뒤에 노래와 춤을 배워 창기(娼妓)가 되었는데 노래를 잘 불렀다. 입술을 움직이지 않아도 소리가 맑아 들을 만했고, 나이는 서른이 되어도 얼굴은 16세 아이와 같았다."
오는 4월 5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개막하는 창작 공연 '궁:장녹수전'은 '요부 장녹수'에 '예인 장녹수'라는 수식어를 덧붙인다.
천한 노비 출신의 장녹수가 스스로 기예를 익혀 기생이 되는 과정부터 제안대군의 저택을 찾은 연산의 눈에 들어 입궐하는 신분 상승기, 왕의 곤룡포를 걸친 채 휘두른 탐욕스러운 권력욕, 반정 군사들에게 붙잡혀 죽음을 맞이하는 결말까지가 전통 공연 형식으로 펼쳐진다.
공연 전반부에는 기생 수련에 몰두하는 장녹수의 '장고춤'을 비롯, 한량들이 추는 '한량춤', 우아함과 교태미가 두드러지는 '교방무'등을 통해 무대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기방 문화'를 선보인다.
장녹수의 입궐 후에는 모란꽃을 가운데 놓고 추는 궁중무용의 하나 '가인전목단'이 소개되고, 장녹수와 신하들이 대적하는 장면에서는 격렬한 북춤이 긴장감을 높인다. 연산군과 장녹수의 마지막 연회 장면은 뱃놀이 모습을 표현한 춤 '선유락'으로 장식된다.
예인으로서의 장녹수를 부각하기 위해 제안대군을 주요 인물로 등장시킨다. 제안대군은 기예를 아끼는 풍류객으로 등장해 장녹수의 숨겨진 끼를 첫눈에 알아보고 그를 조선 최고의 기녀로 키워내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이 작품의 오경택 연출은 "무엇보다 춤이 중요했다"며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하는 만큼 드라마와 춤의 연결고리를 찾는 것, 죽 춤이 드라마가 되고 드라마가 춤에 녹여질 수 있는 부분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정혜진 안무가는 "장녹수라는 인물에 대한 부담감과 편견에 두려움도 있었지만 인물의 또 다른 면모를 찾아내 그려내는 일이 즐거웠다"며 "공연 안에서 인물의 당위성을 담아내는 것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장녹수 역은 조하늘, 연산은 이혁, 제안대군 전진홍이 연기한다. 4만~6만원. ☎02-751-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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