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역사 다신 없어야" 4·3유족 명예교사 수업

입력 2018-03-20 14:15  

"아픈 역사 다신 없어야" 4·3유족 명예교사 수업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제가 겪은 것처럼 이런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한번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20일 모교인 제주시 중앙고 강당 교단에 4·3유족 명예교사로 선 이중흥(71) 4·3행불인유족협의회 회장은 4·3 당시 억울하게 수감됐다가 행방불명된 아버지, 이후 어렵게 살아야 했던 가족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덤덤하게 꺼내놨다.
그가 두살배기이던 1949년 4월 그의 가족은 함께 산으로 피신을 갔다가 '산에서 내려오면 살려주겠다'는 '삐라'를 받고서는 정뜨르비행장(현 제주공항)으로 내려와 주정공장에 수감됐다고 한다. 수감 중 아버지는 며칠 뒤 보내주겠다고 해 그와 그의 누나, 어머니는 집으로 보내졌지만 이후로 아버지의 소식이 끊겼다.
비극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1968년 모 공기관에 취업을 했지만, 취업 후 몇 개월 만에 회사 상관으로부터 '아버지가 어디 갔느냐'는 질문을 받아 '알지 못합니다'라고 대답했을 뿐인데 이후 어렵게 들어간 회사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그는 "비슷한 시기 아버지 제삿날이었는데 아버지 탓에 제가 회사에서 잘렸다는 생각에 아버지가 너무 미워서 제사상을 발로 차버렸다. 제사를 지내지도 않고 나와버렸다"며 "이후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도 그날 몹쓸 짓을 한 것에 대해 사죄하지 못했는데 그걸 평생 후회하고 있다"며 아픔을 덤덤하게 풀어냈다.
이후 그는 1999년 수형인 명부가 발견되면서 아버지가 마포형무소에 수감됐다가 한국전쟁이 나면서 행방불명된 것을 알게 됐다.
비슷한 사례로 행방불명된 분들이 2천530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알게 돼 아버지를 비롯해 이분들의 명예를 회복시켜드리기 위해 행불인유족회를 창립했다. 2008년 4·3 60주년 때는 전국 형무소를 돌면서 희생된 분마다 흙 한 줌씩을 숫자만큼 가져와서 평화공원에 행불인표석을 세우기도 했다.



그는 "수형인 명부에 죄수 이름으로 올라간 희생자와 유족들은 아직도 죄인과 죄인 자식으로 남아있어서 명예회복이 되지 않았다"며 자신의 아버지처럼 억울하게 죄인이 된 수형인의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을 위해 현재 추진 중인 4·3 특별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학생들에게 설명했다.
강의 말미에는 학생들과 함께 "4·3은 우리 모두의 역사입니다"를 외치며 이런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널리 알려 앞으로 다신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날 수업은 중앙고 1학년 학생 200여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수업을 들은 정가은(1학년)양은 "평소에도 4·3에 관심이 좀 많았는데, 강의를 듣고서 좀 많이 슬펐다. 저희 할머니도 4·3 희생자셔서 더욱 공감되는 게 있었던 것 같다"며 "역사를 더 많이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제가 돌아다녀 보면 제주도민들도 아직 4·3의 아픔을 잘 모른다"며 "앞으로 평화인권교육을 통해 4·3을 전국, 전 세계로 알려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를 비롯해 명예교사로 위촉된 4·3 유족 37명은 올해 상반기 동안 80여 개교를 찾아 4·3의 아픈 역사를 바탕으로 평화와 인권, 화해와 상생의 가치를 전한다.
atoz@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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