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군 '삼위일체' 종신권력 가능해져…중국몽 향해 전진
집단지도체제 깨져 '마오쩌둥 실패' 재현·민주주의 붕괴우려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20일 막을 내린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국가주석에게 장기집권과 절대권력의 문을 열어줬다.
시진핑은 작년 10월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공산당 총서기로 재선출된 데 이어 이번 전인대에서 국가주석과 당 중앙군사위 주석에 재선임됨에 따라 당·정·군을 틀어쥔 삼위일체 권력을 받았고, 장기집권 개헌이라는 숙원을 이뤘다.
당정군 요직에 친위대를 배치하는 한편 무소불위의 사정권력인 '국가감찰위원회' 신설을 기반으로 집권 2기에는 시 주석이 희망해온 '중국몽(中國夢)'을 향해 달려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시 주석의 이런 위상은 마오쩌둥(毛澤東) 사후 최강 독재권력이어서 저항이 뒤따를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독재와 전횡 끝에 중국을 문화대혁명이라는 사지로 몰아넣었던 마오쩌둥을 거울 삼아 덩샤오핑(鄧小平) 이후 안착시켜온 집단지도체제 붕괴 위험이 대두하면서, 반(反) 시진핑 기운도 꿈틀거리고 있어 보인다.
이번 전인대 폐막을 계기로 중국 안팎에선 시 주석이 마오쩌둥 이래 최강 권력을 쥔 '시(習)황제'에 올라 중국 안팎의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하면 집단지도체제 파괴로 중국에 민주주의 이식은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우려감도 나온다.
전인대 이후 중국 변화상을 구체적으로 본다면, 우선 시 주석의 위상 강화가 두드러진다.
개헌을 통해 국가주석 3연임 제한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여건만 허락한다면 시진핑 '종신집권'도 가능해졌다. 이외에 중국 헌법에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가 명기됨으로써 시 주석은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수준의 위상을 갖게 됐다.
이번 전인대 표결 승인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공산당원 이외에 비(非)공산당원도 감찰할 수 있는 무소불위 사정기관인 국가감찰위가 신설됐다는 점이다. 이는 집권 1기에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위 서기 이상으로, 중국 전체를 틀어쥐며 부정부패 척결과 함께 정적 제거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기 때문이다.
공산당의 불문율이었던 7상8하(七上八下·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 규정으로 퇴임해야 했던 왕치산이 국가부주석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것은 시진핑 권력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이미 '1인체제'를 확립해 집단지도체제를 무력화한 시 주석은 왕치산 국가부주석을 사실상 '2인자'로 여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아울러 왕치산은 집권2기 시 주석의 절대적인 신임을 바탕으로, 중국의 최대 난제인 미국과의 외교·안보·무역 갈등 해결을 위한 활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 주석의 경제책사라고 할 수 있는 류허(劉鶴)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은 이번 전인대에서 부총리 자리에 올라, 시 주석의 경제 구상을 실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견상 리커창(李克强) 총리 산하의 부총리이지만, 리 총리로부터 경제 관할권을 넘겨받아 공급측면의 개혁이라는 시 주석의 경제해법으로 중국 경제를 이끌고 갈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판공청 주임으로 시 주석을 보좌해온 리잔수(栗戰書) 신임 상무위원도 예상대로 전인대 상무위원장으로 선출돼 입법 분야에서 시 주석을 엄호할 것으로 보인다. 왕후닝(王호<삼수변+扈>寧)은 사상 선전을 담당하면서, '중국특색사회주의'를 통한 시 주석의 중국몽을 완성하는 이론 설계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 주석의 인민해방군 장악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대목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집권 시절에도 장쩌민(江澤民)의 세력이 건재했으며, 이를 의식한 시 주석은 집권 1기에 인민해방군 내 장쩌민 세력 척결에 나서 이젠 완전히 장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진핑 호위대'로 불리는 쉬치량(許其亮) 현 부주석과 장유샤(張又俠) 장비발전부 부장이 인민해방군 총지휘부인 당 중앙군사위 부주석에 오른 점은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러한 시 주석은 거침없는 절대 권력을 향한 질주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성장동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등장으로 중국의 위상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기존 집단지도체제와는 다른 절대적인 리더십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 주석의 권력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으나, 마오쩌둥의 실패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도한 권력집중에 따른 통제 강화로 그나마 발전 도상에 있던 중국의 민주주의가 짓밟혀 중국 사회의 퇴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한듯 중국 민간 연구소인 차하얼(察哈爾)학회 덩위원(鄧聿文) 연구원은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기고한 글에서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가능케 한 개헌이 이뤄졌지만 민심의 동향 등을 생각해 종신집권을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서방 언론에서는 '시황제' 집권이 본격화했다면서 장기집권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강하다.
베이징 소식통은 "이번 전인대는 지난해 당 대회와 마찬가지로 시진핑 주석의 막강한 위상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면서 "개헌까지 통해 합법성까지 얻은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을 막을 세력이 당분간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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