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마지막 '북부 흰코뿔소' 수컷 죽어…멸종 수순(종합)

입력 2018-03-20 20:55   수정 2018-03-20 21:12

지구 마지막 '북부 흰코뿔소' 수컷 죽어…멸종 수순(종합)

45세 고령에 안락사…채취한 유전물질로 남은 암컷들과 인공수정 시도할 듯

(카이로·나이로비=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우만권 통신원 = 지구에서 유일한 북부흰코뿔소 수컷이 죽어 사실상 멸종의 길로 들어섰다.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북부흰코뿔소' 3마리 중 유일한 수컷인 '수단'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케냐의 라이키피아 국립공원 내 올-페제타 보호구역에서 죽었다고 케냐 일간 데일리네이션과 미국 CNN방송 등이 20일 전했다.
코뿔소 나이로는 고령에 해당하는 45세의 '수단'은 암컷 '파투', '나진'과 함께 살고 있었다.
올-페제타 측은 케냐야생동물청(KWS)과 협의해 근육과 뼈, 그리고 피부 상처 등 고령에 의한 합병증으로 큰 고통을 겪던 수단을 안락사시켰다고 밝혔다.
수단은 며칠 전부터 건강이 크게 약화했고 수의사들은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수단은 최근 몇 년간 자연적으로 암컷과 짝짓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노화한 상태였다.
올-페제타 보호구역의 엘로디 샘피어 대표는 "수단은 몸집과 비교하면 성격이 온순했다"며 "많은 사람이 수단을 보고 겁냈지만 사나운 모습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수단은 그동안 올-페제타 보호구역에서 밀렵꾼들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무장 경호원의 24시간 보호를 받았다.
작년에는 북부 흰코뿔소의 멸종을 막기 위한 종족 번식 기금 마련 차원에서 데이팅 앱에 프로필이 등록돼 화제를 모았다.


샘피어 대표는 연구자들이 남은 희코뿔소 암컷과 인공수정을 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수단의 유전물질을 채취해놓았다고 설명했다.
28세인 나진은 수단과 다른 암컷의 사이에서 태어났고 파투는 수단의 '손녀'에 해당한다.
앞으로 인공수정마저 실패하면 흰코뿔소는 지구에서 멸종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동물보호단체인 와일드에이드(WildAid)의 피터 나이츠 대표는 "세계가 수단의 슬픈 죽음에서 교훈을 얻고 코뿔소 뿔의 모든 거래를 금지하는 조처를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베트남에서 코뿔소 뿔의 값이 내려갔지만, 밀렵은 아직도 코뿔소 종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CNN은 아시아에서 코뿔소 뿔이 여러 가지 질병을 치료한다는 믿음이 있어서 코뿔소가 밀렵꾼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앞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2011년 서아프리카의 검은 코뿔소가 야생 상태에서 멸종됐다고 발표했다.
noj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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