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개념' 구체화 여부도 관심
(세종·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김연정 기자 = 청와대가 20일 헌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주거권'을 신설하기로 함에 따라 정부의 주거복지 정책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주목된다.
이와 함께 개헌안에 '토지공개념'이 더욱 구체화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개념이 어느 수준까지 언급될지도 관심을 끈다.
◇ 주거복지 정책에 방점
청와대는 이날 헌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국민이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 생활할 수 있도록 헌법에 주거권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헌법에도 주거권의 내용이 녹아 있다. 헌법 35조 3항에는 "국가는 주택개발 정책 등을 통해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돼 있다.
헌법 개정안은 이보다 더욱 자세하게 국민의 주거권을 명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행 법률에는 주거권이 명시돼 있다.
주거기본법 2조에는 "국민은 물리적·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를 갖는다"고 돼 있고 3조에는 이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9가지 기본원칙이 언급돼 있다.
9가지 원칙은 소득수준 등에 따른 주택 공급을 통해 국민의 주거비가 부담 가능한 수준이 되도록 하거나 주택이 쾌적하고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개정안의 취지는 이런 주거기본법에 나열된 주거권의 개념을 헌법으로 격상시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제사회의 잣대와 비교해봐도 우리나라 헌법의 주거권 조항 내용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엔의 '경제사회 및 문화권리위원회 규약' 11조 1항에는 "당사국은 개인과 가정을 위한 적절한 주거에 관한 권리를 인정한다"는 내용이 있다.
그리고 규약의 '일반논평'에는 적절한 주거에 관한 권리는 거주의 안정성, 지불 가능한 비용, 생활 편의시설 설치, 적절한 위치, 문화적 적절성 등을 포함한다고 돼 있다.
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부는 주거복지 정책 수혜자를 더욱 늘리고 더욱 양질의 주거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생긴다.
기존 주거복지 서비스 대상에서 소외된 쪽방촌, 비닐하우스 등 비주택 거주자에 대한 지원이 더욱 강화될 수 있고 개발로 인해 원주민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해 더욱 적극적인 대처가 이뤄질 수도 있다.
가뜩이나 주거복지는 문재인 정부 들어 국토교통부의 업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아진 상태다.
국토부는 최근 임시 조직으로 분류됐던 공공주택추진단을 주거복지정책관실로 바꾸면서 정식 직제로 개편했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작년 11월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하고서 5년간 주거복지 역량을 높일 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국토연구원 김근용 선임연구원은 "주거권이 헌법에 명시되면 주거복지 정책 수혜 대상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주거기본법 3조에 명시된 주거권 보장을 위한 원칙을 실천하는 다양한 정책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 '토지공개념' 어떻게 들어갈까
이날 공개되지 않았지만 토지공개념도 헌법 개정안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토지공개념도 새로운 개념은 아니고 기존 헌법에도 녹아 있다.
현행 헌법 23조 2항에는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해야 한다"고 돼 있고 122조는 "국가는 국민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개헌안은 이보다 더욱 자세하고 명확하게 토지공개념을 규정하고 국가의 재량권을 더욱 폭넓게 인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헌 자문위원회 관계자는 "국가가 토지 재산권에 대한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리의 제한을 부분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조항을 마련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YNAPHOTO path='C0A8CA3D0000015FFC2497D200007450_P2.jpeg' id='PCM20171127000084044' title='정부 주거복지 로드맵 발표(PG)' caption='[제작 이태호] 사진합성, 일러스트' />
개헌안이 통과되면 토지 개발에 대한 이익 환수나 부동산 소득에 대한 과세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세금의 근거가 되는 주택 공시가격은 실거래가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더욱 올라갈 수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종합부동산세 개편 작업도 더욱 탄력받게 된다.
토지공개념은 노태우 정권인 1989년 도입됐다.
당시 정부는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과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토지초과이득세법 등 이른바 '토지공개념 3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토초세법과 택지소유상한제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을 받았다.
당시 정부가 '부동산등기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해 부동산 등기 의무제를 도입하거나 '지가공시 및 토지 등의 평가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공시지가 제도를 도입한 것도 토지공개념 정책의 일환이었다.
참여정부 때 추진된 종부세는 가구별 합산과세 방식을 취했다가 위헌 결정으로 개인별 합산으로 바뀌기도 했다.
토지공개념의 시조는 19세기 경제학자 헨리 조지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의 저서 '진보와 빈곤'에서 토지에서 발생하는 지대(地代)는 개인에게 사유될 수 없고 사회 전체에 의해 향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지공개념은 워낙 파급력이 큰 문제여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토지공개념을 헌법에 넣기 전에 전반적이고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하는 데 그러지 못했다"며 "토지공개념은 굉장히 모호한 개념이어서 성급히 도입했다가는 시장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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