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1일 성남아트센터서 첫 내한 공연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일흔셋의 러시아 '피아노 여제' 엘리자베트 레온스카야는 구소련 시대의 명연주자 다비드 오이스트라흐(1908~1974)와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1915~1997) 등의 궤적을 잇는다.
조지아 태생의 레온스카야는 세계 음악계 거장들을 배출한 모스크바 음악원의 엘리트 코스를 밟았으며 20세기 러시아 피아니즘의 계승자로 분류된다.
오는 31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첫 내한 공연을 여는 그를 서면으로 미리 만났다.
그는 "근래의 클래식 음악계는 낭만적이고 자유로우며 개인적이지만, 나는 아직 고전적인 스타일을 선호하는 연주자"라며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그의 '러시아 피아니즘'에 대한 뚜렷한 고집은 평생의 멘토와 다름없던 리히터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리히터는 레온스카야의 재능을 일찍이 알아보고 평생 조언과 듀엣 연주 초대 등을 아끼지 않았고, 이들의 만남과 교류는 리히터가 1997년 작고할 때까지 이어졌다.
레온스카야는 리허터와의 만남을 "아주 의미 있고 중요한 일"로 회고했다.
"어리고 경험도 많지 않은 음악가가 굉장한 대가를 만나고 그와 이야기할 기회를 가지는 것은 물론 연주를 가까이에서 듣고 함께 연주할 수 있다는 사실은 크나큰 행운이었습니다. 이 경험들은 그 연주자 삶에 평생토록 거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나와 리히터와의 만남이 그랬습니다."
불과 18세에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모스크바음악원 재학 중 롱티보 콩쿠르와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한 그의 음악적 재능은 리히터와의 교류 속에서 꽃을 피웠다. 이후 쿠르트 마주어,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등과 같은 거장 지휘자들의 신뢰를 받으며 왕성한 연주 활동을 펼쳤다.
그간의 예술적 업적을 인정받아 빈 콘체르트 하우스 명예 회원이 됐으며 2006년 오스트리아 문화계 관련 수상 중 가장 높은 영예의 '십자가 훈장' 등을 받았다.
그는 첫 내한 공연에서 슈베르트의 초기 작품인 소나타 9번(D.575)으로 시작해 '방랑자 환상곡'(D.760)을 거쳐 후기 작품인 소나타 18번(D.894)까지를 연주한다.
그는 "슈베르트의 다양한 작품들, 서로 다른 창작 시기의 곡들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초기 작품인 소나타 D.575와 '방랑자 환상곡'은 소나타와 같이 네 개의 악장으로 구성돼 있지만 휴식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연주됩니다. 소나타 D.894에는 슈베르트의 또 다른 재능, 즉 '시적인 놀라움'과 거기서 나타나는 색다른 행복감이 존재합니다."
풍부한 선율과 수묵화 같은 시적 상상력으로 가득한 슈베르트 피아노 음악을 일흔을 훌쩍 넘긴 거장이 어떻게 풀어낼지가 관심사다.
"슈베르트의 작품은 찰나의 아름다움을 영원한 것으로 바꿔놓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항상 괴테의 시를 생각합니다. '멈추어라, 이 순간이여. 너는 진정 아름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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