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공연, 트로트부터 K팝까지…北 대중감성 건드린다

입력 2018-03-20 19:01   수정 2018-03-20 20:43

평양공연, 트로트부터 K팝까지…北 대중감성 건드린다

윤상 "정말 환상적인 쇼를 꾸밀 수 있을 것"
서현 등 감동어린 화합의 무대 재현 기대도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다음 달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리는 우리 예술단의 방북 공연의 윤곽이 거의 드러났다.
10여 년 만에 평양에서 다시 열리는 이번 공연 무대는 북측의 대중적 감성을 한껏 자극할 만한 대중음악으로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예술단 평양공연을 위한 실무접촉'에서는 선곡 문제까지 논의되지 않았지만, 이날 우선 확정된 참여 가수들의 면면으로도 공연 무대를 어느 정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날 공식 발표된 참여 가수는 조용필, 이선희, 최진희, 윤도현, 백지영, 걸그룹 레드벨벳, 정인, 서현, 알리 등 9명이다.
공연 무대는 북측에도 친숙한 트로트 등 전통가요부터 현재 해외에서도 인기를 끄는 최신 K팝까지 다양한 곡들로 꾸며질 전망이다.
예술단 음악감독을 맡아 실무접촉에 우리측 수석대표로 참여한 작곡가 겸 가수 윤상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이 정도 아티스트들이라면 정말 환상적인 쇼를 꾸밀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안타까운 건 지금 시간이 열흘도 안 남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출연진의 골격은 거의 갖춰졌지만, 추후 한두 명 정도의 가수가 추가될 수 있다고 언급해 공연 레퍼토리가 더욱 다양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공연이 열릴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단독 콘서트를 가진 바 있는 조용필은 북한에서도 슈퍼스타다. 2005년 콘서트 당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선 고가의 암표가 나돌 정도였으며 공연 때 뜨거운 갈채를 받았다.
조용필은 당시 공연에서 '친구여', '돌아와요 부산항에', '허공', '그 겨울의 찾집', '모나리자', '미지의 세계', '여행을 떠나요' 등 대표곡들과 함께 '한오백년', '간양록' 등 국악을 접목한 곡, 100여 곡 중 직접 선택했다는 '자장가', '험난한 풍파 넘어 다시 만나네' 등 북한가요로 7천여 명의 현지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이번이 두 번째 방북인 이선희는 2003년 류경정주영체육관 개관기념 통일음악회에 참가해 '아름다운 강산'을 열창했다.
특히 이선희의 대표곡 'J에게'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이 지난달 초 강릉·서울 공연 때 관현악곡으로 편곡해 여성 2중창으로 선보인 바 있어, 이번 공연 레퍼토리에 포함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진희는 1999년 평화친선음악회와 2002년 MBC 평양특별공연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방북 공연이다. 최진희는 MBC 평양 특별공연 때 '꿈꾸는 백마강', '목포의 눈물', '홍도야 우지마라' 등 해방 전 트로트 곡을 메들리로 부른 뒤 당시 북한의 유행곡 '반갑습니다'와 '휘파람'을 선사했다.
최진희의 대표곡 '사랑의 미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애창곡으로 최근 삼지연관현악단 공연 때도 선곡됐다.

윤도현은 2002년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MBC 평양특별공연 때 남한 록밴드로는 처음 북한 무대에 섰다. 당시 '아침 이슬', '너를 보내고', '탈춤', '뱃노래', 월드컵 응원가인 '오! 필승 코리아'를 개사한 '오! 통일 코리아', 록버전 '아리랑' 등을 불러 큰 호응을 얻었으며, 공연 후에도 북한에서 인기를 누렸다.
윤도현은 이날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그동안 만든 YB의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곡 중에서 '1178'(한반도 최남단에서 최북단까지의 거리인 1,178km)을 연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인기 댄스가수에서 발라드로 전향한 백지영을 비롯해 호소력 짙은 발라드가수 정인, 알리 등 가창력이 돋보이는 실력파 가수들이 한층 현대적이고 젊은 감성으로 무대를 꾸밀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를 누리고 있는 최정상급 아이돌그룹인 레드벨벳은, 세계시장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K팝을 북한에 공식적으로 처음 소개하는 첨병 역할을 하게 된다. 레드벨벳은 지난해 '루키', '빨간 맛', '피카부' 등의 히트곡으로 국내 가요계를 이끌었다.
인기 아이돌그룹 소녀시대 멤버인 서현은 지난달 삼지연관현악단의 서울 공연 때 특별 게스트로 무대로 초청됐다. 당시 서현은 북한 가수들과 함께 '다시 만납시다'와 '우리의 소원'을 부르며 감동의 피날레 무대를 만들었다.
이번 평양공연에서도 서현과 북측 가수들과 감동 어린 화합의 무대를 연출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공연은 다음 달 말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의 사전 행사이자, 삼지연관현악단의 지난달 방남 공연에 대한 답방 행사다. 따라서 부분적으로라도 그에 상응하는 무대 구성과 레퍼토리가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
140여 명 규모의 삼지연관현악단은 80명의 오케스트라와 가수, 합창단원으로 구성돼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시간 반 동안 남북에 친숙한 대중가요들에 클래식 명곡을 더해 총 40여 곡을 부르고 연주했다.
우리 예술단의 평양공연도 류경정주영체육관과 동평양대극장에서 두 차례에 걸쳐 열릴 예정인데, 첫 공연은 단독 공연으로 진행되고 두 번째 공연은 북측 예술인이 참여하는 합동 공연으로 추진된다.
삼지연관현악단의 공연이나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이번 평양공연 레퍼토리에도 북한가요가 상당수 포함될 공산이 크다.
아울러 160여 명으로 구성되는 남측 예술단에 공연의 격을 높일 수 있는 팝스 오케스트라 수준의 연주단이나 코러스 역할을 할 합창단, 백댄서들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로선 가수들 외에 위대한 탄생, YB밴드 등 전속 밴드가 동행하기로 북측과 합의가 된 상태다.

<YNAPHOTO path='C0A8CA3D00000161AD0319BF000E6B2E_P2.jpeg' id='PCM20180219000227013' title='북한 예술단과 함께 '우리의 소원' '다시 만납시다' 부른 서현' caption='북한 예술단과 함께 '우리의 소원' '다시 만납시다' 부른 서현 <br>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11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에서 소녀시대 서현 씨가 북한 여성가수들과 함께 '우리의 소원' '다시 만납시다'를 부르고 있다. 2018.2.11 scoop@yna.co.kr'/>
abullapi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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