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부경찰·서구청, 쓰레기더미 아파트에서 홀로 살던 남성 구조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아이코 이게 무슨 냄새야"
지난 15일 아파트에서 연기가 나온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광주 서부경찰서 금호지구대 경찰관들은 현관문을 열자 쏟아져나온 악취에 절로 뒷걸음을 쳤다.
집안을 빼곡히 채운 쓰레기와 사람의 분뇨 등 각종 오물이 뿜어내는 역한 냄새는 아파트 이웃이 '연기가 새어 나온다'고 오인 신고할 만큼 콧속 점막을 강렬하게 파고들었다.
모든 가용 경력이 출동한 금호지구대 경찰관들은 혹시 모를 화재 흔적을 찾고자 집안으로 진입했다.
몇 사람은 두어 발짝 내딛다가 헛구역질하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경찰관들의 인내를 거듭한 수색 끝에 이 집의 유일한 거주자 박 모(51) 씨가 질퍽한 오물과 쓰레기더미에 파묻힌 채 발견됐다.
초점 잃은 눈동자로 경찰관을 바라보던 박 씨는 며칠을 굶었는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했고 한눈에 보기에도 위중한 상태였다.
아연실색한 경찰관들은 주민센터 복지담당 공무원에게 통보해 관계기관과 함께 박 씨를 급하게 병원으로 옮겼다.
의료진은 그에게서 당뇨, 우울증, 영양실조, 피부병, 치매 증상을 발견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박 씨는 건강을 시나브로 회복했지만, 악취가 뿜어져 나오는 아파트는 주인을 잃은 채 방치됐다.
보다 못한 주민센터가 나섰고, 금호지구대 경찰관들도 지난 20일 밤샘 근무를 마치고 비번에 들어간 직원들까지 팔을 걷어붙였다.
쓰레기를 들쑤시자 쥐, 바퀴벌레가 화들짝 놀라며 숨을 곳을 찾아 파고들었다.
오물을 걷어내니 오랜 기간 세상과 벽을 쌓고 지낸 박 씨의 생활상이 드러났다.
그는 수도가 고장 나고 변기와 하수구는 꽉 막힌 집 안에서 가끔 라면을 끓여 먹으며 생을 연명한 흔적을 남겼다.
사업에 크게 실패한 박 씨는 결혼하지 않았고, 형제와 연락을 끊고 살았다.
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자인 그는 사회복지사나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의 방문을 거절하며 단절된 생활을 고집했다.
사회복지사와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수차례 박 씨 집을 청소하겠다고 나섰지만, 현관문을 걸어 잠그고 완강하게 거절했다.
50대 초반이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 탓에 사회복지망의 세심한 관찰을 받지 못했고, 생애 끝자락을 마주할 뻔한 순간 비로소 세상의 손길을 마주 잡았다.
김명식 금호지구대장은 "오물로 뒤덮인 집에서 홀로 병마와 싸우던 박 씨를 처음 봤을 때 삶의 의욕을 완전히 놔버린 사람처럼 보였다"라며 "그가 건강을 회복하고 삶의 끈을 붙잡도록 관심을 이어가겠다"라고 21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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