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성모병원, 유방암 여성환자 설문…76.7% "가족 스트레스 극심했다"
환자 27.5% "유전 걱정에 딸한테 알리고 싶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유방암 환자는 암 진단을 받고도 자신보다 가족이 받을 상처를 더 걱정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림성모병원 김성원 병원장 연구팀은 21일 '암 예방의 날'을 맞아 유방암을 경험한 여성 358명을 대상으로 환자와 가족관계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1일 밝혔다.
조사결과를 보면 유방암 경험자의 89.5%는 유방암 극복 과정에서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보살핌을 받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런 보살핌에도 환자들은 가족이 받을 스트레스를 더 걱정하는 경향을 보였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유방암 경험자 중 가족의 스트레스가 본인 만큼이나 극심했다는 응답이 76.7%에 달했다.
이 같은 가족의 걱정을 우려한 나머지 암 진단 사실을 당일 가족에게 알리지 않은 유방암 경험자도 30.1%나 됐다. 전체 유방암 경험자 중 6.5%는 수술 직전에, 1.7%는 수술하고 난 후에서야 가족에게 이런 사실을 알렸다. 심지어 0.8%(3명)는 투병 과정 내내 유방암 진단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유방암 진단 사실을 알리는 데 시간이 필요한 이유로는 ▲ 가족의 충격이 걱정돼서(59.8%) ▲ 경제적 부담 때문에(12.9%) ▲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서(11.9%) ▲ 가족 구성원의 삶의 질 저하가 우려돼서(1.4%) 등의 응답이 많았다.
특히 가족 구성원 중에서도 딸과 부모에게 유방암 진단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다는 응답이 각각 27.5%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배우자(19.2%), 시댁(13.2%) 등의 순이었다.
이중 딸한테 유방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은 이유로는 유방암이 유전될까 염려하는 마음 때문으로 파악됐다.
김성원 원장은 "유방암 환자는 본인보다 가족이 받을 충격, 가족의 삶의 질 저하를 걱정해 치료를 늦추거나 가족에게 알리지 않은 채 홀로 치료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하지만 암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과 사회의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의 심리치료, 일상생활 복귀를 위한 발판 마련, 사회적 인식 변화를 위한 정책방안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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