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안에 더욱 명확해진 토지공개념…논란 예고

입력 2018-03-21 11:49   수정 2018-03-21 14:26

개헌안에 더욱 명확해진 토지공개념…논란 예고


(서울·세종=연합뉴스) 서미숙 윤종석 김연정 기자 = 청와대가 21일 대통령 개헌안을 발표하면서 토지공개념을 더욱 명확하게 규정하겠다고 밝혀 개헌안이 통과되면 토지에 대한 규제가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청와대는 개헌안의 경제조항을 공개하며 "사회적 불평등 심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토지공개념 내용을 명확히 규정하겠다"고 밝혔다.
개헌안에는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간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토지공개념은 새로운 개념은 아니고 이미 헌법에 어느 정도 반영돼 있다. 다만 대통령 개헌안처럼 명확하지는 않다.
헌법 23조 2항에는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해야 한다"고 돼 있고, 122조는 "국가는 국민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헌안은 "특별한 제한과 의무를 부과한다"고 명시함으로써 더욱 명확하게 토지공개념을 규정하고 국가의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한 것이다.
토지 소유권은 개인에 두되, 토지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공공이 가져갈 수 있다는 논리로 해석된다.
개헌안이 통과되면 토지 개발에 대한 이익 환수나 부동산 소득에 대한 과세가 더욱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위헌 판정을 받고 폐지된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이나 '토지초과이득세법'이 부활할 가능성도 있다.

종합부동산세의 규제 내용 역시 더욱 강화될 수 있다.
과거 참여정부 때 종부세는 가구별 합산과세 방식을 취했으나 위헌 결정으로 개인별 합산으로 완화됐다.
보유세 등 세금의 근거가 되는 주택 공시가격은 실거래가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더욱 상향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추진 중인 종부세 등 부동산 보유세 개편 작업에도 더욱 힘이 실리게 된다.
토지공개념은 노태우 정권인 1989년 도입됐다.
당시 정부는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과 토지초과이득세법에 더해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등 이른바 '토지공개념 3법'을 제정했다.
당시 정부가 부동산 등기 의무제와 공시지가 제도를 도입한 것도 토지공개념 정책에 의한 것이었다.
토지공개념의 시조는 19세기 경제학자 헨리 조지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의 저서 '진보와 빈곤'에서 토지에서 발생하는 지대(地代)는 개인에게 사유될 수 없고 사회 전체에 의해 향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론은 작년 9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언급하면서 다시 조명을 받았다.
학계와 전문가 집단에서는 토지공개념에 대해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김현수 교수는 "선진국일수록 경관이나 토지이용, 환경 차원에서 개인 재산권 제한을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역사가 짧아서 갈등이 따르겠지만 도시계획 측면에서 공개념을 도입하는 것은 원론적으로 찬성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조심스러운 면이 있는데, 어디까지가 공익이고 사익의 재산권 침해인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서 토지공개념은 과도하지 않은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박사는 "토지공개념은 한마디로 국가가 토지를 소유한다는 뜻이며 심하게는 토지거래허가제, 주택거래허가제까지 할 수 있는 개념"이라며 "토지공개념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문제인데 국회에서 급하게 정치인들이 표 대결 해서 정할 사안이 아니며, 공론화를 한다면 공청회 등 충분한 논의를 거치며 국민적 합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최막중 교수는 "이런 내용을 법률이 아닌 헌법에 굳이 넣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토지의 소유권은 개인이 가지고 있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을 공공이 걷어간다는 것은 사회주의적 소유권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토지공개념은 우리나라 건국이념이나 국가 정체성에 비교해 보면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토지공개념은 재산과 토지를 공유한다는 뜻이니 공산주의 사회에서나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bana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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