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년 전통 천주교 유치원 폐원 결정에 원생 부모 반발

입력 2018-03-21 14:31  

52년 전통 천주교 유치원 폐원 결정에 원생 부모 반발
"대안없는 독단적 폐원"…"공교육 강화 따른 결정"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천주교 부산교구가 운영하는 52년 전통의 성당 유치원이 최근 폐원 절차를 밟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대안과 의견수렴 없는 독단적인 폐원이라는 원생 부모의 주장과 공교육 강화·신자 원생 감소에 따른 합리적인 결정이라는 교구 측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21일 천주교 부산교구와 원생 부모들에 따르면 부산 동래구 온천성당 내 데레사유치원이 지난 9일 문을 닫아 110여 명의 원생이 뿔뿔이 흩어졌다.
부산교구 측은 지난달 말 동래교육청에 폐원 신청서를 접수한 뒤 교육청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유치원 운영을 중단했다.
유치원 폐원은 지난해 11월 말 본당 신부와 신자 대표 등으로 구성된 사목위원회에서 온천성당 재건축을 결정하면서 이뤄졌다.
애초 지은 지 60년 넘은 온천성당을 리모델링하는 계획을 재건축으로 변경하면서 성당 내에 있던 유치원도 폐원 결정이 난 것이었다.
지난해 10월 유치원 학부모 모임에서 성당 리모델링으로 1년 휴원 안내를 받은 원생 부모들은 올해 2월 초 유치원으로부터 갑작스러운 폐원 계획 통보를 받자 즉각 반발했다.
52년간 인성교육으로 아이들을 잘 보살펴준 유치원이었기에 원생 부모들의 충격은 컸다.
원생 부모들은 "공청회 한번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된 폐원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100명이 넘는 아이들이 하루아침에 어린이집이나 보습학원, 부모님 집 등에 가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원생 부모들은 "별다른 하자가 없는 성당을 신자 헌금으로 50억원 이상을 모아 재건축하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며 교황청에까지 서신을 띄웠다.
원생 부모들은 최근 부산교구 주교를 만나 폐원 반대 의견을 전했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교구 측은 "신자 대표성을 띤 사목위원회가 재건축과 유치원 폐원을 결정했고 신자 4천여 명 의견을 일일이 다 들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일부 원생 부모들이 이해관계를 내세워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교구 측은 또 "신자 아이들을 돌보려고 유치원을 만들었지만, 현재 비신자 원생이 70%에 달하는 실정이며 공립 유치원을 확대하겠다는 정부 방침 속에 유치원을 계속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종교기관은 교육사업을 하는 곳이 아니다"고 말했다.
동래교육청 관계자는 "폐원에 따른 원생, 교사 이원 계획 등 일부 서류가 미비해 이번 주 금요일까지 유치원 측에 보완조치를 내린 상태"라며 "보완한 서류를 검토해 폐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지만 설립자가 사립 유치원 폐원을 요구한다면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win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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