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 주제 '스테이트 아방가르드의 유령'…개발 주역인 기공 조명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끊임없이 땅을 파헤치고 건물을 올리며 전진했던 우리 현대사의 중심에는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기공)가 있었다.
1965년 설립된 국영 건축토목기술 회사인 기공은 항만, 수도, 교량과 같은 기반시설부터 세운상가, 구로무역박람회장 파빌리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국가 주도 개발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1968~1969년 2대 사장을 지낸 김수근을 비롯해 윤승중, 김석철, 김원, 유걸, 김원석 등 한국 건축계의 주역들이 거쳐 간 곳이기도 했다.
이들의 작업은 서울의 하부구조이자, 한국 도시계획의 원형이 됐다.
이처럼 초기 도시화와 산업화를 주도했음에도 지금까지 기공의 활동이나 인물을 제대로 연구하거나 기억하려는 움직임은 사실상 전무했다.
5월 26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개막하는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서 한국관은 기공과 그 유산을 최초로 조명하는 전시를 통해 현대 건축과 국가가 맺어온 관계를 묻는다.
예술감독을 맡은 박성태 정림건축문화재단 상임이사는 2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국관 전시 주제 '스테이트 아방가르드의 유령'(Spectres of the State Avant-garde)을 발표했다.
한국관은 당시 기공의 작업을 국가와 아방가르드, 권력과 상상력, 정치체제와 이상이 공존하고 병치했던 것으로 해석했다.
그 실체가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음에도 오늘날까지 건축계와 도시공간에 영향을 미치는 기공의 유산을 '유령'으로 설정, 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한국관 전시는 두 개의 가공 아카이브와 일곱 팀 작가들의 신작으로 구성된다.
김성우는 세운상가(1967)를 대상으로 '급진적 변화의 도시'를, 전진홍·최윤희는 구로산업박람회(1968)를 바탕으로 '꿈 세포'를, 강현석·김건호는 엑스포70 한국관(1970)에서 출발한 '빌딩 스테이츠'를, 최춘웅은 여의도 마스터 플랜(1969)을 토대로 '미래의 부검'을 선보인다.
미디어 아티스트 서현석의 '환상도시', 사진가 김경태의 '참조점', 소설가 정지돈의 '빛은 어디에서나 온다'도 전시장을 함께 구성한다.
박 예술감독은 "과거를 단순히 기록하거나 회고적으로 상찬하는 대신 문제의 기원을 경유하는 전시"라면서 "여태까지 건축전은 건축가들이 했던 전시라면 이번에는 기획자와 역사학자, 건축자들이 함께한다"고 밝혔다.
박정현 한국관 공동 큐레이터는 기공을 중심으로 1960년대 건축사를 조명하는 이유로 "건축 역사학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기공에 대한 일차적 관심이 있었고, 또 하나의 이유는 1960년대가 서울의 가까운 기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큐레이터는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주제인 '자유공간'(Free space)을 언급하면서 "건축가들이 우리의 '자유공간'이 어디인지 설정하려고 해도, 1960년대 유산과 대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2018 베니스비엔날레 제16회 국제건축전은 이본 파렐, 셸리 맥나마리 총감독의 기획 아래 '자유공간'을 주제로 열린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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