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g짜리 뇌 활동 측정기 개발…자폐 진단 쉬워진다

입력 2018-03-22 03:00  

900g짜리 뇌 활동 측정기 개발…자폐 진단 쉬워진다
영국 연구진, 기존 450kg 장치 헬멧 크기로 '소형화' 성공
"파킨슨병 환자 진단·소아기 뇌 발달 연구에 유용할 것"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뇌 기능을 확인하거나 뇌 질환을 진단할 때는 흔히 뇌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인 '뇌자도'(腦磁圖·MEG) 신호를 측정하는 장치를 쓴다.
현재 쓰는 MEG 장치는 450kg 정도 되는 거대한 기기인데, 최근 영국 연구진이 이를 헬멧 크기로 소형화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 헬멧처럼 머리에 쓰고 움직일 수도 있어, 상용화되면 보다 편리한 측정이 가능할 전망이다.
노팅엄대와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등이 참여한 공동연구진은 이런 차세대 MEG 장치를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뇌를 구성하는 신경세포는 전기신호를 주고 받으며 소통한다. 이때 뇌에선 미세한 자기장이 발생하는데, 이 자기장은 두개골 밖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지금껏 연구자들은 이런 뇌 자기장을 측정해 뇌전증, 자폐증, 조현병, 치매 등 다양한 질환을 진단하고, 뇌의 인지 기능을 알아보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이때 쓰는 측정 장치는 고정식이라, 뇌 자기장 변화를 재는 동안 사람들은 꼼짝없이 앉아있어야 했다. 이에 오랫동안 한 자세를 취하기 어려운 어린이나 떨림 증상을 가진 파킨슨병 환자는 측정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연구진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이 쓰고 다닐 수 있는 크기의 장치를 고안했다.
기존 MEG 장치가 큰 이유는 냉각장치 때문인데, 이를 없앤 것이다. 상용화된 MEG 장치는 초전도 센서(SQUID)를 이용하므로, 이 센서가 작동할 수 있도록 큰 액체헬륨 저장통을 부착해 온도를 영하 269℃로 유지한다.
연구진은 이런 초전도 센서 대신 상온에서 작동하는 원자자력계 센서를 썼다.
이어 이 센서를 꽂을 수 있는 헬멧을 3D(3차원) 프린터로 찍어냈다. 헬멧의 무게는 905g 정도다.
헬멧에 센서를 붙인 형태의 새 장치는 뇌의 자기장 변화를 제대로 측정해냈다. 자기장 변화를 측정하는 동안 사람은 차를 마시거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으며,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가능했다.
아울러 센서를 두개골에 더 가깝게 접근시킬 수 있어, 자기장 신호를 4배 이상 더 잘 잡아낸다는 장점도 있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가레스 바르네스 UCL 교수는 "이 장치를 쓰고서는 얼마든지 움직이는 게 가능했다"며 "어린아이를 비롯해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뇌자도 연구자인 김기웅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는 "최근 뇌 연구에서 주목받고 있는 소아기 뇌 발달 연구에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s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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