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못 믿으니 검찰로 사건 넘겨라" 한국당 국회의원들 항의

입력 2018-03-2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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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못 믿으니 검찰로 사건 넘겨라" 한국당 국회의원들 항의
정갑윤 등 4명, 울산경찰청 찾아 시청 압수수색 따져…황운하 "수사에 의도 없다"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경찰이 김기현 울산시장의 비서실장과 동생의 비위 혐의를 수사하는 것과 관련, 울산의 자유한국당 소속 지역구 국회의원 4명은 21일 울산지방경찰청을 방문해 "이번 경찰의 수사는 편파수사, 기획수사, 공작수사다"고 항의했다.
정갑윤·강길부·이채익·박맹우 의원은 이날 오후 2시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실을 찾아 황 청장과 마주 앉았다.
의원들과 황 청장의 만남은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30여 분간 진행됐다.
양측의 대화는 의원들이 경찰의 수사가 부적절하다고 성토하면, 황 청장이 조목조목 설명하거나 반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정 의원은 "경찰이 시장 비서실을 압수 수색한 지난 16일은 김기현 시장을 비롯해 5명의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이 발표된 날이었다"면서 "공천 사실을 널리 알리고 당 차원에서 결의를 다지는 그날 오후, 울산경찰청은 시장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비서실을 압수 수색하면서 소금을 뿌렸다"고 포문을 열었다.
정 의원은 "김 시장 동생에 대한 소문도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선거를 목전에 둔 지금 수사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면서 "특히 수사가 진행되는 시점에 황 청장이 울산의 유력 여당 인사와 개인적으로 만난 사실이 알려진 상황에서 더는 경찰의 수사를 신뢰할 수 없으며, 사건을 검찰로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황 청장은 "이번 수사에는 어떤 의도도 없다"면서 "비서실 압수수색이나 시장 동생 체포영장 발부는 시기가 공교롭게도 집중된 것일 뿐, 경찰이 그 시기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 울산의 여당 유력 정치인과 만났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울산청장 부임 후 이 자리에 있는 의원들과도 만났고, 같은 취지에서 그 여당 인사도 두 차례 만났다"면서 "이는 울산경찰청의 현안에 대한 이해를 구하기 위해 청장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 의원은 "제가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 지방선거에 출마해 당선될 때는 자유롭게 정부를 비판하며 선거운동을 했지만, 오늘날처럼 공포 분위기는 없었다"면서 "선거 목전에 두고 자치단체장을 수사할 때는 신중을 기해야 하는데, 경찰은 남구청장도 휴대전화를 압수해 단체장의 위신을 추락시키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도 "관련자를 소환하는 등의 사전 절차 없이, 그것도 공천 발표가 있었던 날 압수수색부터 강행한 것은 우연이라고 믿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황 청장은 "압수수색 영장이나 체포영장 등은 법원도 필요성을 인정해 발부한 것이고, 그 전에 기각과 재신청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시기를 맞출 수도 없다"고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경찰 수사의 신뢰성은 사회적 자산인데, 이런 오해를 받는다는 점에서 자존심이 상한다"고 토로했다.
또 정 의원 등이 "치안감인 황 청장은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사법경찰 관리 직무수행 권한이 없으므로, 수사에 관여하거나 지시·보고받을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자, 황 청장은 "그것은 검사의 지휘를 받는 경무관 이하 경찰관에 해당하는 규정일 뿐, 청장의 주요 사건의 수사를 직접 총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라며 맞섰다.

무엇보다 이날 한국당 의원들이 김 시장 동생 사건을 담당하는 수사관의 자격 문제를 거론, 새로운 이슈가 됐다.
정 의원은 "애초 김 시장 동생 사건을 담당하던 수사관이 지난해 석연치 않은 이유로 교체됐는데, 새로 사건을 맡은 수사관은 3년 전 해당 사건과 관련해 시장 비서실장의 형에게 접근해 부정청탁과 협박을 일삼은 인물이다"면서 "브로커 역할을 했던 비리경찰이 수사를 맡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황 청장은 "애초 사건을 맡은 수사관은 지역의 토착세력과 유착돼 청장에게 허위보고를 한 사실이 들통나 교체했다"면서 "후임 수사관은 수년 전 해당 사건을 담당한 적이 있어 적임자라고 판단했을 뿐, 브로커나 비리와 관련된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 문제는 그러나 의원들과 황 청장의 만남이 끝난 뒤 다시 화제가 됐다.
정 의원이 언급한 김 시장 비서실장의 형 A씨가 울산경찰청 로비에 나타나 취재진 앞에 선 것이다.
A씨는 "2015년 3월 수사관 B씨가 찾아와 시장 동생과 건설업자 간 작성된 30억원짜리 용역계약서를 제시했다"면서 "B씨는 '이 일이 업자 쪽에 유리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시장 동생이 힘들어지고, 당연히 시장 비서실장인 당신 동생도 힘들어진다'고 했다"고 말했다.
A씨는 "B씨는 한 차례 더 찾아와 '일이 잘 해결돼야 동생도 좋으니 동생에게 잘 말해달라'고 협박했다"면서 "이후 동생의 충고로 B씨를 멀리하고 관련 내용을 잊었으나, 최근 동생이 경찰 수사를 받는다는 보도를 접하고 B씨가 수사팀에 있다는 말을 듣고 오늘 폭로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울산경찰청은 "B씨의 적격성을 제기한 문제는 사실확인 후 별도 입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이번 경찰의 수사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22일부터 울산경찰청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또 23일에는 당원들을 동원해 울산경찰청 앞에서 대규모 규탄대회를 열 계획이다.

hk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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