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남·북한과 미국이 참여하는 3국 정상회담 개최 구상이 처음으로 제시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4월 말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진전 상황에 따라서는 남북미 3국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준비위 2차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다.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들과 앞으로 이어질 회담들을 통해 우리는 한반도 핵과 평화 문제를 완전히 끝내야 한다"고도 했다.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 등 한반도 문제를 놓고 역사적 담판을 짓는 데 필요하다면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셋이서 직접 머리를 맞대자는 얘기다. 성사만 된다면, 한반도 문제의 결정적 돌파구를 마련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 특히 남북 정상과 북미 정상이 따로 만나 합의한 것을 세 정상이 공동으로 추인하는 강력한 상호 보증의 틀로 작용할 수도 있다. 담대한 구상이다.
남북미 3국 정상회담 구상은 그 자체로 획기적이다. 지금까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적 논의의 틀은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참여한 6자회담과 그 안에서의 북미 양자회담이었다. 2003년 8월 베이징에서 출범한 6자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의 원칙과 해법을 담은 2005년 9·19 공동성명과 북핵폐기와 단계적 상응 조치를 정한 2007년 2·13 합의 등의 성과를 냈다. 그러나 검증 의정서 체결 문제에 걸려 2008년 12월 제6차 회담이 마지막이었다. 그 이전에 3자회담이 단 한 번 가동된 적이 있다. 2003년 4월 베이징에서 북·미·중 3국이 회동한 것이다. 미국과 양자회담을 요구하는 북한과, 이를 거부하는 미국이 '중국의 중재 아래 양자회담'으로 절충했으나, 실제 회담은 평행선을 달렸다. 문 대통령의 3자회담 구상은 중국이 아닌 우리가 중재자가 되고 정상회담으로 격상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와 무게를 비교할 수 없다. 평창 동계올림픽과 대북·대미 특사외교를 거치면서 한반도 문제의 운전대를 잡은 문 대통령의 자신감이 짙게 배어난다. 북한과 미국의 전향적 검토를 바란다.
한반도 전쟁위기설이 자못 심각하게 나돌던 때가 불과 두어 달 전이다. 활짝 열린 지금의 대화 국면이 낯설 정도다. 여기까지 오는데 북미 양국을 상대로 한 우리 정부의 진정 어린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그 과정에서 두 나라에 신뢰를 얻었음은 물론이다. 3자 회담을 연다면, 우리가 포함되는 게 자연스러운 것도 그래서다. 15년 전 3자회담 때는 달랐다. 북한은 핵과 평화체제 문제와 관련해 남한은 당사자가 아니라면서 한사코 우리를 배제했다. 그 결과, 지금은 유엔의 대북 제재 동참을 계기로 관계가 소원해졌지만, 당시엔 든든한 후원자였던 중국이 북미 간 중재역을 맡게 됐다. 이제 한국과 중국의 역할이 맞바뀌었다. 남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그 장소는 1953년 7월 정전협정이 체결된 판문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그 직후 문 대통령이 동참하면 모양새가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을 "세계사적인 일"이라고 평가한 문 대통령은 "장소에 따라 더욱 극적인 모습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해 그런 희망을 내비쳤다.
남북 정상회담은 4월 말, 북미 정상회담은 5월 중에 열린다. 역사적인 두 정상회담 사이에 한미 정상회담과 한·중·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통해 합의한 내용을 갖고,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에게 설명하고 지지를 받는 모양새다. 뒤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그 결과가 만족스러울 경우 남북미 정상회담이 이어질 것 같다. 남북 정상회담에 앞서 4월 중순에는 아베 총리가 방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대북 정책을 협의한다. 바야흐로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북핵 슈퍼 스프링'이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사반세기를 끌어온 북핵 문제와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해 시대적 매듭을 지을 때다. 남북미 3국 정상의 담대한 결단과 중국, 일본, 러시아 정상들의 응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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