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의혹 공세로 존재감 각인…개헌국면서 야4당 공조 주도
강경 일변도·'반홍' 인사 끌어안기 역부족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22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대선 패배로 9년 만에 야당이 된 한국당이 여권의 공고한 벽 앞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때에 원내 사령탑에 오른 김 원내대표는 당의 체질 개선을 통해 '강한 야당'으로서의 선명성을 각인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동 건설 노동자 출신인 김 원내대표가 첫 대여 공격 카드로 꺼내 든 것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특사 방문을 둘러싼 의혹이었다.
한국당의 최우선 당면과제를 문재인 정권과 맞서 싸우는 것으로 규정했던 그는 이 카드를 지렛대 삼아 출발과 함께 강한 야당 원내대표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십분 활용했다.
결국,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례적으로 야당 원내대표를 찾았고, '국익과 관련한 문제일수록 야당에 잘 설명하고 협력을 구하겠다'는 내용의 합의를 끌어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군사 비밀협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역으로 불거져 김 원내대표도 이 사안을 더 이상 크게 문제 삼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투쟁과 협상 전략에서도 노동운동가 출신다운 과감한 면모를 가감 없이 보여줬다.
지난달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 참석을 위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남을 저지하기 위해 직접 파주 통일대교에서 1박 2일 밤샘 농성을 벌인 것이 대표적이다.
'들개'를 자처했던 김 원내대표가 '야성'을 살려 현장으로 나가는 방안을 택한 것이다. 과거 한국당 지도부였다면 생각하기 어려운 투쟁 방법이었다는 얘기도 당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청계광장 집회와 통일대교 점거 농성으로 안보 이슈에 불을 댕긴 김 원내대표는 등 돌렸던 보수층도 일정 부분 돌려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당의 반대를 딛고 '김영철 방남'과 관련한 국회 대정부 현안질의도 끌어낸 것도 성과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아울러 관례적으로 여당 몫이었던 국회 운영위원장 자리를 지킨 것과 개헌 국면에서 '관제 개헌' 대 '국민 개헌'이라는 프레임으로 여론을 환기시킨 점, 여권의 개헌 드라이브에 맞서 정의당까지 포함한 야권 공조 분위기를 조성한 것 등도 그의 투쟁력 덕분이라는 게 당 내부의 평가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당의 '투 톱'으로서 당 대표를 적절히 견제하며 균형감을 갖춰야 할 원내 사령탑이 너무 당 대표와 한목소리만 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일각에선 그간의 많은 노력과 시도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당내 비판적 목소리를 내온 '비홍'(비홍준표) 인사들을 끌어안는 데는 역부족이고, 기존의 보수정당 이미지와 달리 지나치게 과격한 발언과 투쟁에만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는 투사형 강경일변도의 이미지를 겨냥한 것이다.
김 원내대표의 앞길에는 난제가 산적해 있다.
그에 대한 향후 평가는 정국의 가장 뜨거운 쟁점인 개헌 이슈를 어떻게 끌고 갈지, 또 6월 지방선거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원내대표 선출된 후 가장 시급했던 당면과제는 야당으로의 체질개선이었다"며 "남은 임기 동안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이라는 변화된 모습으로 지방선거를 잘 치를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데 치중하는 동시에 우리당이 중심이 돼서 야권 공조를 통해 국민 개헌안을 만드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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