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총리 내각 구성 대통령이 반려…주말 또 대규모 집회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이탈리아 마피아와 정치권의 유착을 취재하던 기자가 살해된 사건 이후 슬로바키아 정국이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안드레이 키스카 슬로바키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페테르 펠레그니리 신임 총리가 제출한 내각 안을 반려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키스카 대통령은 요제프 라츠 내무장관 내정자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로베르트 칼리낙 전 내무장관과 가까운 사이라는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키스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총리는 슬로바키아 사회를 빨리 안정시킬 수 있는 내각을 꾸려야 한다"며 연립정부를 구성한 세 정당이 아닌 초당파적 인사를 내무장관에 임명하도록 했다.
펠레그리니 총리는 라츠 대신 우체국 최고경영자 출신의 토마스 드루커를 지명했지만, 그도 2016년 피초 정부에서 복지부 장관을 지낸 이력이 있어 대통령의 재가를 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슬로바키아에서는 지난달 25일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과 총리 측근 인사들의 뒷거래를 취재해왔던 잔 쿠치악이 피살된 사건 이후 매주 금요일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달 9일에는 브라티슬라바 거리에 5만여 명이 모였다. 외신들은 1989년 체코슬로바키아 공산 정권을 무너뜨린 '벨벳 혁명' 이후 가장 많은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나왔다고 전했다. 23일에도 슬로바키아 곳곳에서는 쿠치악 피살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예정돼 있다.
로베르트 피초 전 총리도 결국 책임을 지고 사퇴했지만 부패 척결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모델 출신으로 피초 총리의 수석보좌관이었던 마리아 트로츠코바도 쿠치악의 기사에서 마피아와 짜고 유럽연합 보조금을 빼돌린 의혹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일찌감치 물러났다.
그러나 칼리낙 전 장관이나 트로츠코바 등에 대한 수사는 시작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키스카 대통령은 20일 시위를 조직한 단체 대표들과 만나 "대통령으로서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헌법에 따라 적절한 조처를 하고 있다. 멀고 험한 길이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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