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보고서 2권 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경남 함안군 가야읍 조남산에 있는 성산산성(사적 제67호)은 '목간의 보고'로 불린다. 목간(木簡)은 문자를 기록한 나무 조각으로, 성산산성에서는 우리나라 고대 목간의 40%가량인 245점이 출토됐다.
특히 지방 촌주(村主)가 잘못된 법 집행을 중앙정부에 아뢰는 보고서 형태의 사면(四面) 목간과 532년 혹은 592년으로 추정되는 '임자년'(壬子年) 목간이 화제를 모았다.
문화재청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성산산성에서 나온 목간의 정보를 집대성한 '한국의 고대목간Ⅱ'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된 성산산성 제17차 발굴조사 성과를 담은 '함안 성산산성Ⅵ'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2일 밝혔다.
'한국의 고대목간Ⅱ'는 성산산성에서 1992년 이후 나온 묵서(墨書) 목간 245점의 정보를 상세하게 정리했다. 목간 사진과 적외선 촬영사진, 실측 도면, 목간에 종이를 덮은 뒤 문질러 만든 프로타주 도면 등이 실렸다.
성산산성 목간은 242점이 세금의 꼬리표로 사용된 하찰(荷札)이고, 나머지 3점이 문서 목간이다. 하찰 목간은 대부분 '어디에서 누군가에게 무엇을 얼마나 보낸다'는 내용이다.
목간 20점에는 대사(大舍) 같은 관등명이 기재됐고, 일부 목간에서는 글자 순서를 잘못 적었을 때 사용한 부호와 글자가 중복될 때 쓴 부호, 띄어쓰기 등이 확인되기도 했다. 재질은 소나무류가 218점으로 압도적으로 많고, 버드나무류와 밤나무류는 각각 11점과 5점이었다.
윤선태 동국대 교수는 논고에서 "성산산성에서 나온 목간은 당시의 행정체계와 호적제도, 세금 수취 방식을 알 수 있는 기초 자료"라며 "하찰에 나오는 지명이 주로 낙동강 수계 지역이라는 점에서 낙동강 수로를 이용해 세금을 함안에 집결했다는 사실을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이어 "행정촌뿐만 아니라 자연촌도 이미 '촌'(村)으로 편제됐고, 호구의 기초 단위로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게 됐다"며 "복수인(複數人)이나 노인(奴人)처럼 수취체계를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용어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목간의 서체를 분석한 정현숙 원광대 연구위원은 "지역 관리들이 쓴 묵서는 꾸밈이 없어 질박하고 거칠면서 힘차다"며 "붓 가는 대로 휘두른 듯한 운필(運筆)은 신라 관리들의 향토색 짙은 품성을 보여주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정 연구위원은 "꼬리표 목간 중 일부는 단양 적성비 같은 6세기 신라 금석문의 결구나 서풍과 유사한 점이 있다"면서 "성산산성 목간은 신라 서예사에서 대단히 중요한 자료"라고 강조했다.
한편 '함안 성산산성Ⅵ' 보고서에는 나뭇잎이나 풀을 흙과 함께 쌓은 고대 건축기법인 부엽공법으로 축조한 성의 범위와 구조, 수위 조절을 위해 마련한 수로인 맹암거, 동성벽 단면 조사를 통해 확인한 성벽 축조 과정, 유물 240여 점에 대한 설명이 수록됐다.
보고서는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누리집(nrich.go.kr/gaya)에서 볼 수 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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