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수, 전직 원장들 재판 증언…"靑비서관, 신보라에 '비례 앞번호' 축하"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예산 담당자가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으로부터 국정원 특수활동비의 청와대 상납을 요구받았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은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원장 등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밝혔다.
그는 2013년 5월 남재준 원장 재직시절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된 최경환 의원에게 업무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이런 요구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 전 실장은 "최 의원이 '청와대에 돈이 부족한 것 같은데 국정원이 지원할 수 있느냐'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당시에는 국정원 예산관이 함께 있었다"고 말했다.
최 의원의 요구는 업무보고에 동석한 예산관을 자리에서 물린 뒤 재차 이뤄졌다고도 했다.
그는 "예산관이 없는 자리에서 최 의원이 '몇억 정도 지원이 안 되겠느냐'고 물었다"며 "힘들다고 답하자 '원장님께 보고 드려보라'고 했다. 이 이야기를 하려고 예산관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한 것으로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장이 쓰는 돈(특활비)이 40억원인데 거기서 몇억이면 도저히 힘들다고 속으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 전 실장은 최 의원의 요구를 남 전 원장에게 보고하자 남 전 원장이 반대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남 전 원장이 안 된다며 강하게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국정원에서 청와대에 돈을 줘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YNAPHOTO path='PYH2018031506200001300_P2.jpg' id='PYH20180315062000013' title='담담한 표정의 남재준' caption='(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를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상납한 의혹을 받는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15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yatoya@yna.co.kr' />
이 전 실장은 이후 국정원에서 청와대에 매달 5천만원씩 전달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했다.
그는 "당시 청와대로 갖다 주는 것이 있다는 소문이 있어 직원에게 확인을 시켰다"며 "서류봉투에 정보보고서가 아닌 다른 두툼한 것을 건넨다고 들었다. 자세한 전달 과정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전 실장은 이날 법정에서 2016년 3월 청와대로부터 공천을 위한 여론조사 비용을 지원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도 했다.
그는 "당시 신동철 청와대 정무비서관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점심을 같이했다"며 "신 비서관이 좋은 사람들을 공천해야 하기 때문에 정무수석실에서 자체적으로 여론조사를 한다. 비용이 많이 모자라는데 국정원에서 지원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신 전 비서관이 당시 공천 대상자였던 신보라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의 전화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 전 실장은 "이유는 모르지만, 신씨가 비례대표로 앞번호를 받은 것 같았다"며 "식사 도중에 신씨에게 전화가 왔고 신 전 비서관이 축하한다고 통화하는 것을 옆에서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신씨가 확실한 당선권에 내정됐다는 전화를 받았다는 것이냐"라고 검찰이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신 대변인은 그해 4월 열린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7번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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