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대폭 줄여 한글화…정확한 의미 필요하면 괄호 안 병기
일본식 문투 우리식 문투로 바꾸고 가능한 한 능동형으로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청와대가 22일 공개한 대통령 개헌안을 볼 때 가장 먼저 받는 인상은 '읽기 쉽다'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통령 개헌안은 현행 헌법에 한자로 나와 있는 표현을 가급적 한글로 바꿔서 조문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날 공개한 개헌안을 설명하면서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사업으로 거의 모든 법령이 한글화됐는데 대한민국 가치와 질서를 상징하는 헌법은 여전히 한자로 표기되고 일본식 문장이 많이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국가기관은 공문서를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며 어문규범에 맞춰 한글로 작성하도록 한 국어기본법 제14조 등에 따라 현행 헌법을 법령 취지에 맞게 고칠 필요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대통령 개헌안에서는 웬만해서는 한자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만큼 쉽게 술술 읽힌다.
'悠久한 歷史와 傳統에 빛나는 우리 大韓國民'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으로 바뀌었다.
아울러 '證據湮滅(증거인멸)의 염려'는 '증거를 없앨 염려'로, '助力(조력)'을 '도움'으로 바꾸는 등 한자어는 가능하면 우리말로 풀어서 썼다.
다만 '영전(榮典)', '의사자(義死者)' 등 어렵거나 이중적 의미를 가질 수 있는 한자어는 일부 한자를 괄호 안에 함께 적었다.
'의하여'를 '따라'로, '에 있어서'를 '에서'로 하거나 습관적으로 쓰이는 '인하여'를 최대한 배제하고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와 같은 명사형 문투 대신 '국민 전체에게 봉사하며'와 같은 동사형 문투를 썼다.
일본식 문투를 편하고 활력 있는 우리식 문투로 바꾼 것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법령용어로서 의미가 굳어지거나 변경할 경우 의미가 바뀌거나 해석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부분은 현행을 존중하는 등 최대한 현실적 수준에서 한글화와 알기 쉬운 헌법이 되게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헌법에 '우리 말 작업'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법령뿐만 아니라 헌법에서도 우리 말 작업이 필요하다"며 "한자어가 많이 섞인 헌법을 한글로 바꾸는 작업을 미리 해놓으면 새 헌법 개정을 논의할 때 참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j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