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잠정유예 받으면 조건협상해야"…한미FTA와 연계
어제 라이트하이저와 담판…마라톤 협상끝 관세발효 하루전 잠정유예 확정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우리나라가 미국의 철강 '관세 폭탄'을 일단 피했다.
다음 달 말까지를 기한으로 관세 유예조치를 받은 것이다.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명령 발효를 하루 앞두고 최악의 소나기를 피하면서 '영구면제'를 위한 협상 시간을 번 셈이다.
미국 워싱턴DC에 체류 중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2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미국 정부의 철강 232조 조치와 관련해 잠정 유예(temporary exemption)를 4월 말까지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잠정유예를 받은 국가들은 '조건 협상'을 해야 한다"면서 "우리도 협상을 계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건 협상이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철강 관세 면제를 연계한 협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김 본부장을 위시한 우리 협상단은 한미FTA와 철강 관세 면제 문제를 묶어 협상을 진행해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 정부가 나프타(북미자유무역협정) 회원국인 캐나다, 멕시코를 '성공적인 나프타 재협상 완료'를 조건으로 철강 관세 대상에서 처음부터 일시 면제한 것과 비슷한 유형의 사례로 거론돼왔다.
김 본부장은 한미FTA와의 연계 여부 등 조건 협상의 대상과 내용 등에 대해선 "협상 중이기 때문에 조건과 내용을 자세히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앞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오전 상원 재무위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 EU(유럽연합), 캐나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에 대해 철강 관세 부과 '중단(pause)'을 결정했다고 밝혔으나 영구면제인지, 잠정유예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본부장은 이들 국가가 다음 달 말까지 철강 관세의 '잠정유예' 대상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또 사견을 전제로 이번에 잠정유예 된 나라들 가운데 상당수가 대미 무역적자를 보거나 철강 반제품 위주의 수출국이라는 점 때문에 유예 대상에 포함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국의 경우 대표적인 대미 무역 흑자국인 데다 철강 완제품을 주력으로 수출하는 나라이지만 캐나다, 멕시코와 마찬가지로 FTA 협상을 철강 관세 면제와 연계해 진행 중인 점이 고려됐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또 북핵 해결을 위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오랜 동맹국이라는 사정 등이 고려됐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김 본부장은 전날 라이트하이저 대표를 따로 만났으며, 이 자리에서 철강·알루미늄 관세 잠정유예 문제를 우선 매듭지은 것으로 보인다.
김 본부장은 "지난 4주 동안 미국 행정부와 의회, 업계 관계자들을 상대로 한국산 철강의 제외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설득했다"면서 "어제는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만나 필요한 협상을 했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명령은 이번에 잠정 유예된 나라들을 제외하고 중국, 인도 등 나머지 국가들을 대상으로 23일부터 효력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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