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도시를 걷는 시간·나무의 수사학

입력 2018-03-23 09:18  

[신간] 도시를 걷는 시간·나무의 수사학
그림책이면 충분하다·망작들·조르바를 위하여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 도시를 걷는 시간 = 소설가 김별아의 에세이.
서울 시내 곳곳에 위치한 조선시대 표석(어떤 사실을 구별하거나 기념하기 위해 세우는 돌)을 찾아다니며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모습을 풀어쓴 책이다. 월간 '전원생활'에 2016년 9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연재한 내용을 묶었다.
작가는 사대문 안팎에 놓인 조선시대 주요 국가기관들과 서민들의 삶이 깃들어있는 표석 32곳을 찾아갔다. 그 도시 산책의 여정을 작가는 이렇게 돌아봤다.
"전공자도 연구자도 아닌 바에야 지나친 끌탕은 부질없다 싶었다. 나 또한 잠시 스쳐가는 도시의 산책자로 차가운 돌 위에 새겨진 딱딱한 말 대신 걸음걸음에 상상을 밟아가기로 했다. (중략) 그래도 딸까닥딸까닥 혼자의 귀에만 들리는 발소리를 내며 거리를 걷다보면 시간을 사뿐 뛰어넘은 사람과 삶의 풍경이 쓸쓸한 행복감으로 마음을 물들이곤 했다. 역사는 그저 과거가 아니라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만나는 모든 순간임을 한시도 잊지 않기 때문이다."
해냄. 268쪽. 1만5천원.



▲ 나무의 수사학 = 문학평론가이자 서강대 국문학과 교수인 우찬제의 새 연구서.
198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래 꾸준히 한국문학을 연구하고 비평해온 저자는 지난 5년여간 쓴 원고를 이번 책으로 묶었다.
한국 현대문학에서 인간과 자연, 사회적 징후로서 그려진 나무의 이미지를 조망하고 그 특성을 해석하고자 한다. 계절의 변화에 따른 문학적 상상력의 변화를 탐구하며 나무와 인간의 상호작용을 통찰한다.
1장 '봄-뿌리 내리기와 생명의 나무'는 정현종과 김지하의 시에 나타난 나무의 생명 원리를, 2장 '여름-변신의 수형도와 욕망의 나무'에서는 김훈과 이승우, 한강의 소설 등이 묘사하는 나무에서 인간의 꿈과 욕망의 양상을 세밀하게 분석한다. 3부 '가을-난세의 풍경과 상처의 나무'에서는 황순원과 이문구의 소설, 김광규의 시 등을 통해 순응에 접어든 나무와 인간 내면의 풍경을, 4부 '겨울-봄을 그리는 나목과 치유의 나무'는 김정희의 '세한도' 영향 아래 쓰인 작품들과 박완서의 소설을 거치며 자연 섭리에 따른 나무의 죽음과 신생의 의미를 인간사와 함께 고찰한다.
문학과지성사. 424쪽. 2만8천원.



▲ 그림책이면 충분하다 =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오랫동안 그림책을 읽고 대안학교에서 사춘기 아이들과 그림책을 읽어온 김영미 씨가 그림책의 특별함에 관해 쓴 책이다.
그림책 23권을 읽으며 아이들, 어른들과 나눴던 삶의 이야기들을 담았다.
"난 이렇게 뒤늦게야 그림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내가 읽어야 할 책이 무엇인지,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내가 읽어야 할 것을 제대로 읽지 못해 내 삶이 힘들고 불안했던 거였다. 그림책이 알려 주었다. 그림책 한 권이 이렇게 충분하다는 것을."
양철북. 268쪽. 1만4천원.



▲ 망작들 =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 기자인 리카르도 보치가 세계 문학사를 빛낸 걸작들에 관해 익살스럽게 쓴 책이다.
'당신의 작품을 출간할 수 없는 이유'라는 부제를 달았다. 저자는 이 책 속에 출판사 편집자로 등장해 호메로스, 셰익스피어, 디킨스, 조이스, 플로베르, 프루스트, 카프가, 톨스토이 등에게 '당신의 작품은 망작'이라고 퇴짜를 놓는 편지를 쓴다. 재미가 없거나 안 팔릴 것 같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다. 그러나 결국 이들의 작품은 걸작으로 남아 아직까지 읽힌다는 것을 모두 알기 때문에 저자의 이런 비판은 애정을 담은 오마주로 볼 수 있다.
저자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관해 이렇게 쓴다.
"셰익스피어 씨께//한마디만 하겠습니다./살아야죠./사느냐 죽느냐가 어째서 문제가 되나요."
진영인 옮김. 꿈꾼문고. 156쪽. 1만3천원.



▲ 조르바를 위하여 = '그리스인 조르바'를 우리말로 번역한 김욱동 서강대 명예교수가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삶과 문학을 함께 해설한 책이다.
번역 문제로 지금껏 잘못 읽혀온 오류를 바로잡고, 작품의 명성에 비해 덜 알려진 작가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카잔차키스는 호메로스 이후 최고의 그리스 문호로 평가받지만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조국의 전통과 불화했으며, 세계를 일주하고 기록한 여행가이자 동서고금의 철학 사상을 두루 섭렵한 사상가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민음사. 192쪽. 9천800원.
mi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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