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초문화' 러시아에 고개 든 '미투'…언론·의회 정면충돌

입력 2018-03-23 14:48  

'마초문화' 러시아에 고개 든 '미투'…언론·의회 정면충돌
언론인, '무혐의'에 취재 보이콧…정치권 "서방 지시받아" 반박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남성 중심의 '마초 문화'에 깊숙이 자리 잡은 러시아에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움직임이 고개를 들었다.
특히 기자와 PD 등 언론인들이 침묵을 깨고 피해자라고 나서고 주요 언론사들이 연대, 러시아 하원과 유력 정치인에 정면으로 맞서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러시아 주요 언론사들이 유력 의원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는 몇몇 언론인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반발, 22일(현지시간) 하원(국가두마)을 상대로 이례적인 취재 보이콧에 나섰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인기 높은 라디오 방송 '에코 오브 모스크바', 미디어 그룹 'RBC', 야권성향 민영TV '도쉬티'(Dozhd) 등은 더는 기자들을 하원에 배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야권성향 일간 노바야 가제타도 하원 출입기자를 빼겠다며 동참하는 등 언론사들이 여러 형태로 속속 보이콧에 가세했다.
이런 집단대응은 몇몇 여기자가 하원 국제문제위원회 레오니트 슬루츠키(50) 위원장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용기를 내 주장하고 나섰으나, 하원 윤리위원회가 21일 무혐의 처분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한 여기자는 "결혼할 남자친구가 있더라도 나의 애인이 돼 달라"는 슬루츠키 위원장의 발언을 녹음까지 했지만, 윤리위원회는 성희롱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투 운동'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아직 금기시되는 상황이 고스란히 반영된 셈이다.
특히 많은 러시아 의원은 이번 기자들의 성추행 폭로의 배경에 의심이 간다며 서방과의 대립 구도로 이끌고 있다.
하원 윤리위원회에서는 피해를 주장한 기자들이 각각 BBC방송 러시아 지국, 미국에 본사를 둔 'RTVI' 모스크바 지국, 야권성향 TV 채널 소속인 데다 지난 18일 대선을 앞두고 폭로가 나온 점을 들어 동기에 의구심이 제기됐다.
특히 윤리위원회에서 "문제를 제기한 모든 기자가 서방 언론 소속"이라며 "나는 그들을 '적의 미디어'라고 부르겠다"라는 한 집권당 의원의 발언이 녹음돼 공개되기도 했다.
또 극우 민족주의 성향 자유민주당의 블라디미르 쥐리놉스키(71) 대표 역시 "서방의 지시를 받았다"고 비난하는 등 슬루츠키 위원장은 많은 동료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마초 문화가 뿌리내린 러시아에서 성희롱 주장 자체가 매우 드물다.
성희롱을 규정하는 법 자체가 없으며, 성폭행 사건조차 종종 재판까지 가기도 어렵다. 심지어 가정폭력에 대한 처벌은 최근 완화됐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한편, 강한 남성 이미지를 자랑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006년 모셰 카차브 당시 이스라엘 대통령이 다수의 성폭행 혐의를 받는 데 대해 "부럽다"는 식으로 언급한 내용이 보도된 바 있다.


cool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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