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배 늘어나는 가제트 팔·4배 커지는 타이어 등 연구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미세먼지가 많아 외출이 어려운 주말에 실내에서 아이와 부모가 함께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놀이로 종이접기가 있다. 종이 한 장으로 종이배, 종이학, 종이비행기 등 상상이 허락하는 온갖 것을 만들 수 있다.
마찬가지로 편평(扁平)한 소재라면 무엇이듯 접어서 진짜 로봇을 만들 수 있으며 이는 본격적인 산업과 기술의 영역이다.
평면 소재라면 무엇이든 '종이접기 로봇'의 소재가 될 수 있다. 로봇 소재로 흔히 쓰이는 플라스틱과 금속은 물론이고, 종이와 라이스 페이퍼도 쓸 수 있다.
종이접기 로봇의 최대 장점은 모양이 변하는 '변신로봇'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지난 2014년 종이접기 방식으로 길이 10cm, 무게 78g짜리 변신로봇을 구현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해 주목받은 바 있다.
연구진이 만든 로봇은 종이처럼 납작하게 생겼으나 전류를 흘려주면 네 다리를 딛고 서서히 일어난다.
변신에 걸리는 시간은 5분이 채 되지 않는다. 로봇은 초속 5.4cm의 제법 빠른 속도로 기어갈 수도 있다.
로봇 연구자인 조규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로봇의 모양이 변하면, 다양한 기능을 부여하는 게 가능해 진다"고 설명했다.
2013년 조 교수팀은 자동차 바퀴를 종이접기 방식으로 만든 '타이어 로봇'을 개발한 바 있다. 타이어 로봇의 지름은 5.5cm이며 초속 30cm로 달릴 수 있다. 계단을 오르거나 장애물을 지나갈 때면 바퀴 사이사이에 접어뒀던 소재가 펴지면서 바퀴가 최대 4배까지 부풀어오른다.
이 기술은 이후 '스누맥스'(SNUMAX)라는 로봇에 적용돼, 2016년 이탈리아 리보르노에서 열린 '제1회 로보소프트 그랜드 챌린지' 세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최근 조 교수팀은 길이가 늘어나는 로봇 팔을 종이접기 방식으로 제작했다. 드론에 장착된 육면체의 로봇 팔의 길이는 평소 40mm지만, 필요할 때는 700㎜까지 17.5배로 늘어난다. 팔이 늘어나는 모습이 미국 애니메이션 주인공인 '형사 가제트'를 연상시켜, '가제트 팔 로봇'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연구진은 이 로봇 팔을 드론뿐 아니라 다른 구조물에 적용해 극지나 사막, 우주 같은 극한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새로운 모양의 로봇을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종이접기 로봇의 장점이다. 프린터에 소재를 넣고 전개도를 출력한 뒤, 전개도대로 접어주기만 하면 된다.
타이어 로봇 개발에 참여했던 고제성 아주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평면 설계 및 제작이 가능하고 조립 과정을 없앨 수도 있어, 기존 로봇 제작과 비교해 비용과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작게 만들어 의료용으로 사람 몸속에 투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2016년에 삼킬 수 있는 형태의 종이접기 로봇을 고안한 바 있다. 아코디언 모양으로 접은 수 cm짜리 로봇이 젤로 만든 캡슐 안에 들어 있는 형태다. 위장에 들어가면 캡슐은 녹아버리고, 로봇만 남아 꿈틀거리며 이동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고 교수는 "종이접기 로봇은 새로운 분야이므로 앞으로 다양한 연구개발이 필요하다"며 "기존 기계 시스템과 다른 개념이므로 구동기 기술 및 제어 기술, 구조 설계 등 다양한 원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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