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PD "외국인들 먼저 다가오기도…민폐논란은 연출 탓"

입력 2018-03-25 09:00   수정 2018-03-25 09:56

'하룻밤' PD "외국인들 먼저 다가오기도…민폐논란은 연출 탓"
"빅뱅-마르따 편 큰 감동에 강박 생겨…앞으로는 편안하게 풀겠다"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국제적 민폐", "MC들이 영어라도 좀 했으면", "사전 섭외한 느낌."
지난해 추석 파일럿으로 선보였을 때부터 정규 편성된 후 최근 방송까지 KBS 2TV 예능 '하룻밤만 재워줘'에는 비판적인 수식어들이 따라다닌다. 가수 이상민과 김종민이 외국에 나가 현지인을 상대로 잘 곳을 구하고 그들과 지내며 일상을 들여다본다는 콘셉트가 낭만적이면서도 '다짜고짜 식 민폐'라는 인상을 주는 탓이다.
'하룻밤만 재워줘'의 박덕선 PD는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나 "각종 논란을 잘 안다"며 "연출이 부족했던 점을 인정한다. 파일럿 방송 시청률이 10%를 넘는 등 성과가 나다 보니 과욕도 있었다. 앞으로는 좀 더 따뜻하고 편안하게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PD는 그러면서도 각종 논란은 연출의 문제일 뿐, 이 부분만 다듬으면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지에선 민폐도, 사전 섭외도 전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유럽에서는 오히려 저희에게 먼저 호의를 갖고 다가오는 외국인들이 많아요. 그들을 중심으로 MC들이 접근하고요. 그래서 특정 나라에 가기 전에 만나고 싶은 사람 리스트를 작성하더라도, 늘 예상 밖의 사람들과 만나요. 이탈리아의 마르따 가족도, 스페인의 유명배우 커플도 그랬죠. 또 화면에는 보이지 않지만 통역사들이 4명씩 붙어서 MC들이 나간 뒤 외국인들에게 충분히 상황 설명을 해줘요. 제목처럼 '하룻밤만 재워줘'라기 보다는, '빈방이 있으면 하루 빌려줄 수 있나요. 이곳의 문화를 알고 싶어요'라고 소통하죠."
그는 그러면서 "앞으로는 꼭 현지인의 집에서 하루 자야 한다는 콘셉트보다는 심야에 일하는 현지인과 밤을 함께 보낸다든지, 함께 야외취침을 한다든지 융통성 있게 연출해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부분은 연출의 보완으로 극복한다 치더라도, 정작 '하룻밤만 재워줘'의 가장 큰 고민은 '빅뱅 이후'다. 파일럿 때 우연히 만난 마르따 가족은 프로그램에 그룹 빅뱅이라는 거대한 아이템을 선물했다. 제작진은 이 인연을 정규 편성 이후에도 살려 지금까지 상당한 분량을 마르따 가족과 빅뱅에 할애했다.
박 PD는 "마르따 가족과의 만남은 우리에게도 선물이었다. 마지막 콘서트를 앞뒀던 빅뱅 멤버들이 가이드 녹음 CD를 준비해오는 등 배려해준 것도 그랬다. 마르따 가족과는 계속 소통한다. 또 한국에 오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처음부터 너무 감동적인 장면들이 많이 나온 탓에 연출자로서 계속 감동을 줘야겠다는 강박이 생겼던 게 프로그램에는 독이 됐을 수도 있다"며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은 정말 많은데, 프로그램이 빨리 자리 잡았으면 하는 조급한 마음에 튀는 에피소드 위주로 편집하다 보니 사전섭외 논란도 일었던 것 같다"고 곱씹었다. 그는 "앞으로는 자연스러운 여정을 많이 보여주겠다"고 덧붙였다.



방송으로 다 보여주진 못했지만 그동안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은 제작진의 자산이 됐다.
"현지인들 중에 한국에 오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아요. 한국을 알리기도 하는 거죠. '하룻밤'이란 건 은유적인 표현이에요. 정말 잘 곳이 없어 재워달라는 게 아니라 '너희 나라와 너는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다'는 거잖아요. 결국은 인연을 쌓자는 거고, 그 기획의도에 더 충실해지려 합니다."
lis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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