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돼지 접촉과 육제품으로도 전염…멧돼지 사냥 규제 해제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감염되면 사실상 100% 죽는 맹독성 돼지 전염병으로 유럽에 비상이 걸렸다.
집돼지 몰살을 막으려 멧돼지 사냥 규제를 전면 해제 하고 일부 나라는 국경을 따라 수백~1천km가 넘는 철제 울타리를 설치키로 했다.
23일 유럽전문매체 유랙티브와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 등에 따르면, 폴란드 정부는 최근 동유럽에서 확산하는 아프리카돼지출혈열(ASF) 유입을 막기 위해 리투아니아, 벨로루시, 우크라이나와의 국경을 이루는 동부지역 1천200km에 걸쳐 장벽을 세우기로 했다.
지상 2m 높이로 세워질 이 철제 장벽은 ASF를 옮길 가능성 있는 멧돼지들의 월경을 막기 위한 것이다. 올해 말 시작해 2020년 완공될 이 울타리는 돼지가 땅굴을 팔 것에 대비해 지하 깊숙이까지 매립된다.
덴마크도 독일과 접경한 남부지역 국경을 따라 70km 길이 철제 울타리를 설치할 것이라고 21일 발표하는 등 '멧돼지 장벽' 설치 국가가 늘고 있다.
독일은 지난달 멧돼지 수렵 기간을 해제해 연중무휴 사냥을 허용했다. 독일농민연맹은 멧돼지 수의 70% 이상을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등 다른 나라들에서도 축산농민들이 멧돼지 수렵 제한을 풀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콜레라로도 불리는 ASF는 바이러스에 의한 돼지 전염병이다. 연진드기를 매개체로 감염된 야생 멧돼지를 거쳐서 그 분비물이나 피, 고기 등에 접촉한 집돼지로도 감염된다. 바이러스에 접촉한 자동차, 옷, 신발 등으로도 전염될 수 있다.
맹독성 ASF 바이러스 종류에 감염되면 고열, 림프샘과 내장 출혈 등으로 1~2주 안에 사실상 100% 죽는다. 사망까지 2~6주 걸리고 사망률이 30~70%이거나 증상이 15개월까지 진행되며 사망률은 낮은 저독성 바이러스 종도 있으나 맹독성이 주류를 이룬다.
ASF는 사람에겐 해롭지 않지만, 돼지의 경우 예방 백신도 없고 급성의 경우 치료제도 사실상 소용없어 축산농가들로선 두려운 존재다.
폴란드 등이 국경 '멧돼지 장벽'까지 설치하는 것은 ASF가 발생할 경우 돼지 떼죽음도 우려되지만 일단 비(非) 유럽연합(EU)국가로의 수출이 일시 중단되고, 감염된 지역에서 나온 고기와 육가공제품은 EU 회원국에도 수출길이 막히기 때문이다.
2014년 1월 EU 회원국인 리투아니아와 폴란드에서 ASF가 발생하자 러시아는 그해 2월부터 유럽 전역의 돼지고기와 돈육가공품 수입을 중단했다. 러시아의 조치는 서방의 제재에 대한 보복성 대응 성격도 있다.
러시아 수출길이 막히자 EU의 주요 축산국가들은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돼지고기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도 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폴란드와 덴마크 등의 '멧돼지 국경장벽'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이다. 멧돼지는 매우 힘이 세고 영리해서 장애물을 우회하고 돌파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이미 벨라루스가 유사한 대책을 시행했으나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이미 폴란드에서도 2014년 이후 ASF에 감염된 가축 돼지가 108마리, 멧돼지는 1천415마리 있었다고 지적한다.
국제동물질병사무국(OIE)은 ASF 감염이 없는 나라의 경우 '예방 및 통제 방안'으로 돼지나 돈육가공품 수입 시 유의하고, 감염 국가에서 오는 항공기나 선박의 음식쓰레기 처리 등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권고한다.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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