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그리고 당신이 죽는다면·나는 계속 걷기로 했다

입력 2018-03-23 17:31  

[신간] 그리고 당신이 죽는다면·나는 계속 걷기로 했다
청소 끝에 철학·K팝 메이커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 그리고 당신이 죽는다면 = 코디 캐시디, 폴 도허티 지음.
지금 내가 탄 엘리베이터의 케이블이 끊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론상으로 최선의 자세는 등을 대고 눕는 것이라고 한다. 엘리베이터가 땅에 떨어지는 순간 장기가 한곳으로 쏠리지 않게 하는 것이 생존율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책은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극한의 상황을 가정한 45가지나 되는 죽음의 시나리오를 소개한다.
나무통을 타고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떨어진다면? 영원히 잠들 수 없게 된다면? 벼락을 맞는다면? 우주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한다면? 고층 빌딩 꼭대기에서 떨어진 동전을 맞는다면? 심해에서 수영을 한다면? 등등
질문은 황당무계해 보이지만 그에 대한 답변이 진지하고 구체적이고 논리적이어서 과학 교양서로도 손색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밌다.
저자들은 미국 문화·연예 정보지 '짐바이오닷컷'의 편집자와 샌프란시스코의 과학관 '익스플로라토리움'의 공동 관장 겸 수석 과학자다.
"공포 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과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만남을 다루고 있다고 할까요? 이 모든 엽기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당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과학과 의학 지식을 얻게 될 것입니다."
시공사 펴냄. 284쪽. 1만5천원



▲ 나는 계속 걷기로 했다 = 거칠부 지음.
한국인으로는 처음 그레이트 히말라야 네팔 구간(1천700㎞)을 걸어서 횡단한 한 여성의 트레킹 에세이다.
동쪽 칸첸중가부터 마칼루, 에베레스트, 롤왈링, 랑탕, 가네시, 마나슬루, 안나푸르나, 돌포, 무구, 서쪽 훔라로 이어지는 네팔 히말라야를 183일 동안 338만 걸음으로 걸었던 저자의 애환 어린 분투기가 생동감 있는 글과 사진에 담겼다.
평균 해발 3천m 이상인 산길을 걷는 동안 저자는 수첩에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썼고, 그것을 책으로 묶어냈다. 걸었던 실제 거리는 2천165㎞다.
저자는 전문 산악인이 아니다. 서른아홉에 17년간 일하던 직장을 그만둔 저자는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 홀연히 산행을 결행한다. 그리고 운명처럼 만난 히말라야에 승부를 건다.
고산 준봉 험로에서 숨 가쁘게 이어지는 여정과 갖가지 에피소드 속에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는 저자의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 묻어난다.
"어느덧 나도 마흔이 코앞인 사람이 되었다. 그 나이가 되면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마흔의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 컸나 보다. 인간적으로 아름다워지기란 평생을 살아도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고 섭섭하거나 실망스럽진 않다. 오히려 인간적으로 모자란 나를 인정하며 사는 게 진짜 내가 되는 일이라는 것도 알았으니까. 멋있지 않으면 어떤가."
신라 장군의 이름인 거칠부는 저자의 필명으로 '길을 찾는 즐거움'(sangil00.blog.me)이란 블로그와 함께 국내 트레킹 마니아들에겐 꽤 알려져 있다.
궁리 펴냄. 396쪽. 1만8천원



▲ 청소 끝에 철학 = 임성민 지음.
청소를 소재, 혹은 주제로 한 생활 철학서다.
실제로 청소를 하루 일과에서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저자는, 일상을 구성하는 하찮은 것들이 '나'를 지탱해준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청소를 버려져야 할 것들을 치우고 주변을 깨끗이 하기 위한 수단적 행위로서가 아니라, 삶과 그 삶을 유지하는 에너지의 존재를 증명하고 느끼게 해주는 목적적 행위로서 의미를 부여한다.
청소를 자주 꼼꼼히 하는 것이 더러움을 싫어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청소가 주는 자유를 아는 사람은 언제든지 다시 깨끗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공간을 자연스레 더럽히는 행동을 오히려 구속하지 않는다."
의상학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현재 패션컨설팅회사 객원연구원으로 있으면서 경희대 의상학과와 후마니타스 칼리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웨일북 펴냄. 224쪽. 1만3천원



▲ K팝 메이커스 = 민경원 지음.
요즘 세계시장을 종횡무진하는 K팝 스타들을 있게 한 숨은 조력자, 히든 프로듀서를 조명한 인터뷰집.
방탄소년단을 있게 한 '피 땀 눈물', '봄날', 'DNA' 등의 메인 작사·작곡자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피독을 비롯해 SM엔터테인먼트의 런던 노이즈, 미스틱엔터테인먼트의 포스티노, JYP엔터테인먼트의 이우민 등 신세대 프로듀서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한다.
씨엔블루의 정용화, 어반자카파의 권순일, 슈퍼프릭 레코드의 진보, B1A4의 진영, 그리고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오는 변화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프로듀서 중 한 명인 김형석의 얘기도 담겼다.
중앙일보 대중문화 담당 기자인 저자는 젊고 현대적인 대중의 감성을 장악한 이들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소통'이라고 말한다.
"피독과 이우민 프로듀서의 작업 방식은 전혀 달랐지만 비결은 같았습니다. 아티스트와 끊임없는 소통이 그들에게 제일 잘 맞는 옷을 선사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역주행 신화 '좋니'를 탄생시킨 포스티노와 SM과 맞추고 있는 런던 노이즈가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 역시 '대화'였습니다."
북노마드 펴냄. 240쪽. 1만2천800원
abullapi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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