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출판 실험이 이뤄지는 서울에서 책의 미래를 봤다"

입력 2018-03-24 07:30   수정 2018-03-24 10:54

"매일 출판 실험이 이뤄지는 서울에서 책의 미래를 봤다"
日 출판인 우치누마 신타로·아야메 요시노부, 서울 서점 탐방기 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일본의 북 디렉터 우치누마 신타로와 아사히출판사 편집자 아야메 요시노부는 2016년 6월 '책의 연습' 한국판 출간을 기념해 서울을 찾았다가 충격을 받았다.
이들이 본 것은 바람처럼 일어나던 서점 설립 붐과 독립출판의 현장이었다.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한 동네서점들은 개성이 넘쳤다. 고양이책만 파는 서점이 있는가 하면, 독서 모임에 특화한 곳도 있었다. 책과 함께 맥주를 팔기도 했다.
독립출판 현장도 경이로웠다. 개인이 만든 책이 매일 한 권씩은 나온다. 많은 출판사 편집자가 30대가 되면 회사를 나와 1인 출판사를 꾸린다. 이를 두고 아야메 요시노부는 "스위치가 갑자기 켜진 듯이 급격해 보이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서울을 다시 찾았다. 서점과 출판사들을 둘러보고, 이들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취재한 내용을 엮은 것이 신간 '책의 미래를 찾는 여행, 서울'(컴인 펴냄)이다.
최초의 커피 파는 큐레이션 서점이자 서울을 대표하는 동네서점인 땡스북스, 맥주와 책과 강연회로 유명한 북바이북, 고양이책만 다루는 슈뢰딩거, 독립출판물만 다루는 유어마인드 등의 풍경과 그 주인장, 손님 이야기가 담겼다.
책은 규모도 작고 역사도 짧지만 '공부 전문 출판사'로 사랑받는 유유 프레스, 그래픽디자인스튜디오로 출발해 파격적 문학 총서로 주목받은 워크룸 프레스 등 개성 있는 콘텐츠로 경쟁하는 출판사들도 부지런히 훑는다.
홍대 기반의 무료잡지 '스트리트H'를 만드는 정지연·장성환, '반골 편집자' 김광철, 알라딘 MD 박태근 인터뷰도 오늘 서울 출판계 현장을 생생하고 풍성하게 전한다.
"우리는 단지 서점에 관해서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아야메 요시노부의 이야기처럼 단순한 정보성 책이나 업계 사람들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이 시대 시의 존재, 서점 경영의 철학, 편집자 역할, 도서정가제가 시장에 미친 영향, 디자인의 역할, 젠트리피케이션 등 다양한 주제를 묻고 답한다는 데 이 책의 의미가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젊은 일본 출판인들이 이렇게 서울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국내 저자들의 일본 서점 여행기가 출간될 정도로, 일본에도 매력적인 서점과 출판사들이 넘쳐나는데 말이다.
아야메 요시노부는 "우리의 문제의식은 '어쩌면 한국 출판업계는 일본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라는 것"이라면서 점차 인구가 줄어드는 일본의 출판 미래를 인구가 절반 수준인 한국의 현재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요컨대 한국이 일본에 앞서서 일종의 거대한 사회적 실험을 실행하고 있다는 말이다. '인구 감소 사회라는 실험실에서 조금 급진적으로 실험을 진행하면 이렇게 됩니다'라는 듯이 책의 미래가 어떠한 모습일지 앞서서 보여주며, 동시에 스위치를 올릴지 내릴지 그 선택을 묻고 있기도 하다."
우치누마 신타로는 특히 "무모한 서울의 젊은이들"을 주목한다. 이들은 독립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찌어찌 서점 주인이 되거나 출판사 대표가 되거나 잡지사 발행인이 되고,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해 나간다. 그러면서 책과 그 주변의 문화는 다양해지고 풍성해진다.
"바로 코앞(서울)에 매일같이 과감한 실험을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이 있었는데 말이다"고 고백한 아야메 요시노부의 말처럼, 우리 주변에 있었지만 미처 알지 못했거나 무심했던 책과 서점에 눈을 돌리게 하는 책이다.
다나카 유키코 사진. 김혜원 옮김. 348쪽. 1만8천 원.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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