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반체제·극우정당 대표 입맞춤 벽화…'연정이냐 작별이냐'

입력 2018-03-24 05:00  

伊 반체제·극우정당 대표 입맞춤 벽화…'연정이냐 작별이냐'
이탈리아 새 의회 개원…상하원 의장 선출 절차 돌입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지난 4일 실시된 이탈리아 총선에서 새로 뽑힌 의원들로 구성된 상원과 하원이 23일(이하 현지시간) 개원, 상하원 의장을 뽑는 절차에 돌입했다.
같은 날 로마 시내 한복판에는 이번 총선의 두 승자로 꼽히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정당 동맹의 대표가 진하게 입을 맞추는 벽화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이날 새벽 상하원 의회와 지척인 로마의 한 중심가 벽면에 루이지 디 마이오(31) 오성운동 대표와 마테오 살비니(45) 동맹 대표가 붉은 색 대형 하트 모양을 배경으로 서로 포옹한 채 키스를 하는 이색적인 그림이 발견됐다.
이 벽화는 어느 진영도 이번 총선에서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해 정부 구성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오성운동과 동맹이 새로운 상하원 의장을 뽑는 데 있어 합의에 이른 뒤 결국 공동으로 정부를 구성하게 될 것이라는 세간의 인식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오성운동과 동맹의 공동 정부 구성은 유럽연합(EU)에 회의적이고, 난민에 적대적이며, 재정 지출 확대를 꾀하고, 서방과 긴장 관계인 러시아에 우호적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세력 간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EU나 시장이 가장 바라지 않는 시나리오로 꼽힌다.
이번 벽화는 작년에 로마 시내에 프란치스코 교황과 악마의 형상을 한 트럼프 대통령이 키스하는 벽화로 화제를 모은 이탈리아 거리 예술가가 그린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해당 그림과 함께 "두 사람의 입맞춤이 상상에 그칠 것인가,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인가. 이 키스는 환영의 키스일까, 작별의 키스일까. 곧 상하원이 (의장을 뽑는)투표에 들어가는 만큼 우리는 곧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해당 벽화가 이목을 끌자 곧바로 이 작품을 상자 등을 이용해 가려놓은 뒤, 이후 완전히 지워버렸다고 뉴스통신 ANSA는 보도했다.
벽화의 주인공인 살비니 대표는 "이런 것을 예술이라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다른 취향을 갖고 있다"며 불쾌감을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로마 남부의 한 거리에는 우파연합의 일원이자, 동맹과 마찬가지로 반(反)난민 성향의 극우정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의 조르지아 멜로니 대표가 국제 아동 구호 단체인 '세이브 더 칠드런'의 가방을 맨 채 흑인 아이를 안고 있는 벽화도 포착됐다.



한편, 이날 시작된 상하원 의장 투표는 이번 총선에서 약 37%의 표를 얻어 최다 득표를 한 우파연합과 32%를 득표해 최대 정당으로 떠오른 오성운동 간의 협상이 전날 결렬된 탓에 교착에 빠졌다. 1차 투표에서 대부분의 의원들이 백지 투표를 제출해 의장 선출이 불발됐다.
양측은 당초 우파연합이 상원 의장, 오성운동은 하원 의장을 차지하기로 의견 접근을 보았으나, 우파연합이 상원 의장 후보로 제시한 전진이탈리아(FI) 소속의 거물급 정치인 파올로 로마니에 오성운동이 난색을 표하며 협상은 진척되지 못했다.
'깨끗한 정치'를 표방하는 오성운동은 과거 국가예산 전용 의혹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로마니 의원을 상원 의장으로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구태 정치의 대명사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와 손을 잡는 것에도 오성운동 내부의 거부감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상원 의장을 뽑는 의회 투표는 3차 투표에서까지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에는 상위 2명을 놓고 4번째 결선 투표를 통해 최종 승자를 결정하는 비교적 단순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터라 24일에는 의장이 정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상원 321석(종신 상원의원 6명 포함)의 과반에 근접한 최다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우파연합의 뜻이 관철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정가는 보고 있다.
하원 의장 선출의 경우 과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무한정으로 투표가 이뤄지는 방식이라 길면 1주일 이상 투표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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