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포석 선점단계…중국, 미국에 양국 분업구조 설득 나서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미국과 중국간 통상갈등을 바라보는 국제 경제전문가들은 실제 양국이 괴멸적 무역전쟁에 들어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봤다.
이들 전문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폭탄' 행정명령 서명에 중국 정부의 보복관세 검토로 대응에 나섰지만 양국이 결국에는 긴 협상을 거쳐 최종 합의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무역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국제센터(ICTSD)의 리카르도 멜렌데즈-오티즈 회장은 23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과 서방' 학술토론회에서 "현재 양측 모두 폼만 재고 있을 뿐"이라고 실제 통상전쟁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는 "미중 양국은 각자 기대하고 있는 유리한 결과에 맞게 포석을 깔고 있는 단계"라며 "양측은 현재 말만 할 뿐 실제 움직이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에도 실제 징벌관세 부과 대상 리스트는 15일후에 발표되고 이후에도 다시 30일간의 의견수렴 기간을 거쳐야 한다.
멜렌데즈-오티즈 회장은 "미국은 이 기간에 중국과 기술이전 및 지식재산권 문제에 대해 담판을 지을 가능성이 크다"며 "여름 전까지 미국은 징벌관세 부과를 실행하는 것을 미루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UBS 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마크 헤펠도 대만 중앙통신에 "중국이 실제 미국을 상대로 파괴적인 무역보복 조치를 취할 확률은 20∼3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이미 시장진입의 문턱을 낮추고 외국기업에 기술이전을 강제하지 않겠다는 양보 의사를 밝힌 상태"라며 지금은 미중 양국간 긴 담판의 시작일 뿐이고 결국에는 합의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전망의 근거로 징벌관세를 부과하려는 중국산 수입품이 미국 수입량의 2%에 불과해 전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점을 들었다. 미국으로선 다른 국가 수입품으로 대체해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북미 심판관을 지낸 미국 콜롬비아대 국제공공문제대학원 메릿 야노브 원장도 "글로벌 경제에서 미중 경제는 갈수록 긴밀해지고 있어 이처럼 격렬한 통상갈등이 이상한 일만은 아니다"며 "신냉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미중간 긴장이 고조될 수는 있지만 통제 범위안에 있을 것"이라며 "문제는 중국이 다음 몇주, 또는 몇개월내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이 기간 중국은 미국에 미중 무역불균형이 양국 경제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집중 설득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이 집계한 미중 무역적자 규모가 자국 계산보다 1천억 달러 더 나오는 것이 중국내 가공을 거친 중간재를 모두 중국산 수입품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세계 경제의 가치공급 사슬에 따라 중국 가공단계에서 붙여진 부가가치만을 계산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 이 같은 국제분업 구조를 이해시키면서 중국의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 경제모델 전환에 따라 장기적으로 미중 무역적자가 갈수록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내 전문가들은 이번 무역전쟁 선포가 미국 내부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보는 측면이 강하다.
장쥔(張軍) 푸단(復旦)대 경제대학원 원장은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올해말 중간선거를 치르는 미국 공화당은 무역문제에서 대중 강공으로 표를 얻을 것으로 보고 있을 것"이라며 "중국으로선 미국 역대 정부의 이런 방식이 결코 낯설지 않다"고 말했다.
장 원장은 "이번 미중 통상갈등이 중국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의 대미국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0∼30%에 그치고 대체 가능한 아시아 신흥시장의 수출실적이 지난 5∼6년간 양호했던 점을 들었다.
천보(陳波) 화중(華中)과기대 교수도 미국의 무역전쟁 선포가 보호 무역을 통해 미국 국내의 일자리를 늘리고 패권경쟁국으로 부상한 중국을 억누르기 위한 두가지 목적이 있다면서 전자는 협상을 통해 끝낼 수 있겠지만 후자의 정치적 필요에 따른 목적이라면 상황이 다소 복잡해질 수 있다고 봤다.
이와 관련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중문판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무역전쟁이 '아프간 전쟁에 휘말린 것처럼 오랫동안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으로 변할 가능성을 내다봤다.
스인훙(時殷弘)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도 "미중 양국이 본격적으로 무역전쟁을 벌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무역갈등이 장기화하면 중국이 크게 다치겠지만 미국도 다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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