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핵합의 위반설·쿠바 생물학무기개발설 등 물의
"조작 좌절되면 보복까지"…볼턴 "그간 얘기는 이제 지나간일"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자국 정보기관과 빚은 불화가 주목을 받고 있다.
정보를 왜곡하는 습관이 갈등의 원인이었는데, 그가 주장하는 정보는 외교보다 군사해법을 선호하는 그의 호전적 정책제안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들이었다는 지적이다.
24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볼턴은 그간 미국 내 정보기관의 공식, 비공식적인 분석과 정면으로 어긋나는 주장을 여러 차례 내놨다.
볼턴은 지난해 보수 정치잡지인 '내셔널 리뷰'에 기고한 글에서 "이란이 2015년 핵협정을 명백하게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지난 2월 미 의회에서 "이란은 합의를 잘 지키고 있다"고 다른 견해를 내놨다.
볼턴은 국무부에서 일했던 2001∼2005년에는 이라크, 쿠바, 시리아 등의 무기 프로그램 관련 사안을 지나치게 과장하면서 정보 당국의 의견에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30여년간 근무한 한 관리는 "볼턴이 앞으로도 과거처럼 말할지가 관심사"라며 "우선 정보기관과 어떻게 협력하는지 살펴보면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은 쿠바와 관련해서도 정보기관과 마찰을 빚었다.
볼턴은 2002년 "쿠바는 공격용 생물학 무기를 연구, 개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국무부에서 정보 분야 고위 간부로 일했던 그레그 티엘만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볼턴은 쿠바의 생물학 무기 보유 능력을 비난하고 싶었다"며 "하지만 그런 내용은 정보기관에서 검토되지도 않은 사안이었다"고 지적했다.
볼턴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2007년 회고록에서는 "쿠바 생물학 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언급은 미국 정보기관에 의해 승인된 사안"이라고까지 썼다.
쿠바 관련 정보전문가인 풀턴 암스트롱은 "볼턴은 정보를 조작하려다 좌절되면 비열한 짓까지 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볼턴은 안보사령탑으로 임명되자 과거와 달리 말조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볼턴은 22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여러 현안에 대한 질문에 말을 아끼며 "내가 그동안 개인적으로 이야기했던 것들은 이제 다 지나간 일"이라며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하는 말과 내가 그에게 하는 조언"이라고 말했다.
볼턴의 이 같은 발언은 이제 백악관의 안보사령탑으로서 민감한 대외정책들을 다뤄야 하는 위치가 된 만큼, 개인적 의견 피력에 더 신중을 기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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