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대중 중간재 수출 타격…세계 교역 위축 우려도
전문가 "수출시장 다변화 등 중장기 정책 및 국제 공조 대응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미국과 중국 양국과 교역이 많은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미중 '무역전쟁' 시작에 가장 불안해하는 나라 중 하나다.
강대국의 싸움에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지만, 전쟁을 말릴 힘도 부족하고 피할 방법도 마땅치 않아 난관에 부닥쳤다.
25일 통상 전문가들에 따르면 무역전쟁의 가장 큰 영향은 미국의 대중 무역제재에 따른 우리나라의 대중 중간재 수출 감소다.
중간재는 철강, 자동차 부품, 화학 원료 등 완성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부품이나 반제품 등을 말하는데 '세계의 공장'인 중국은 우리나라에서 많은 양의 중간재를 수입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중국에 1천421억달러를 수출했는데 이 가운데 중간재 비중이 78.9%에 달했다.
미국의 25% 관세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면 대미 수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한국산 중간재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은 중국산 정보기술(IT)과 전자 제품을 겨냥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경우 우리의 대중 반도체 수출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문병기 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수석연구원은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 수입 수요가 떨어지니까 중간재는 물론 우리나라의 완성품 수출도 영향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중국이 보복관세로 맞대응하면 세계 교역이 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 의존도가 68.8%에 달하는 우리나라는 교역 위축 자체가 수출에 부정적이다.
여기에 유럽연합(EU)마저 가세할 경우 정말 난감한 상황이 된다.
EU는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대상에서 일시적으로 빠졌지만, 협상이 잘 풀리지 않을 경우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중국, 미국, EU가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4.8%, 12.0%, 9.4% 등 총 46.2%다.
전체 수출의 절반을 의존하는 국가들이 서로 무역장벽을 세우고 문을 굳게 닫아버리면 우리 기업들이 갈 곳이 없게 된다.
정부는 최근 통상 압박을 겪으며 미국과 중국 두 국가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수출시장 다변화를 추진해 왔다.
아세안과 유라시아 등과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신(新)남방·북방 정책이 대표적이다.
실제 신흥시장 수출 증가로 지난해 중국(25.1%→24.8%)과 미국(13.4%→12.0%) 수출 비중이 감소했다.
정부는 다변화와 더불어 상품처럼 무역장벽에 쉽게 막히지 않는 서비스 수출을 장려하고 있지만, 이 모든 정책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벌어지는 무역전쟁의 피해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미국과 중국을 말릴 힘도 부족하다.
미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등 통상 현안이 많아 운신의 폭이 좁고 중국은 '사드 보복'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다.
통상 전문가들은 정부가 수출시장 다변화와 서비스 산업 육성 등 중장기적 방안을 추진하면서 단기적으로는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자체제를 통해 국제규범과 자유무역 원칙 등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통상본부장은 "우리가 어느 한쪽 편을 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난감하다"면서 "혼자 나서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고 호주와 캐나다 등 자유무역을 잘하려는 국가들과 같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역전쟁으로 우리가 억울하게 피해 보거나 미국과 중국이 WTO 규범이나 양자 FTA까지 무시하면서 부당한 통상 압박을 가할 때는 당당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이나 중국이 국내 정치적 이유로 압박하는 경우 우리도 보복 등 상응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며 "그것은 상당한 용기가 있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리저리 치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도 전쟁할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YNAPHOTO path='PYH2018032318790001301_P2.jpg' id='PYH20180323187900013' title='미국발 악재로 코스피, 코스닥 폭락' caption='(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23일 코스피가 전날보다 79.26포인트(3.18%) 추락한 2,416.76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41.94포인트(4.81%) 급락한 829.68로 종료했다. 사진은 이날 명동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2018.3.23 <br>xyz@yna.co.kr'/>
blueke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