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는 '거장'…'6시간 리허설 보장' 조건 계약서에 명시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오는 10월 네 번째 내한 연주회를 여는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47)이 일찌감치 전석을 매진시키며 또 한 번 '티켓 파워'를 과시했다.
25일 공연기획사 크레디아에 따르면 키신의 독주회는 지난 23일 오후 2시 일반 관객 대상으로 티켓을 오픈한 지 2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전날 크레디아 유료회원 등을 대상으로 오픈한 좌석도 티켓을 연지 5분 만에 매진됐다.
이에 따라 키신의 내한 공연이 열리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천300여석은 공연 7개월 전 완판을 기록했다.
앞선 세 차례의 공연도 음악계에 화제를 뿌렸다.
2006년 첫 번째 리사이틀은 공연 한 달 전, 2009년 독주회는 티켓 판매 개시 후 5시간 만에, 2014년 세 번째 공연은 일주일 만에 2천300여석이 모두 팔렸다.
관객층이 그리 두껍지 않은 국내 클래식계에서 이 같은 매진 사례는 '클래식계 아이돌'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이외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현상이다.
크레디아는 "국내 공연은 4년 만이라는 점, 키신이 작년까지 2년간의 '공연 안식년'을 가진 점 등으로 더 빠르게 티켓이 팔렸다"며 "그러나 무엇보다 키신이란 이름 자체가 관객들을 공연장을 불러 모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키신은 2세 때 들은 음악을 그 자리에서 피아노로 연주하며 주변을 깜짝 놀라게 한 신동 출신이다.
12세 때 러시아 모스크바 공연으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1988년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지휘의 베를린 필하모닉 신년음악회, 1990년 영국 BBC 프롬스에 데뷔했다.
1990년 카네기홀의 100주년 기념공연 스타트를 끊었고, 1992년 그래미상 시상식에 특별 게스트로 나서 세계인이 생방송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연주했다.
'신동' 출신의 그를 '거장'으로 우뚝 세운 것은 엄청난 연습량과 피아노에 대한 진지한 태도다. 그의 이 같은 집념은 외골수에 가깝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다.
실제 이전 내한 공연에서도 연습실과 숙소만 오갔을 뿐 관광 등 개인적인 스케줄 없이 공연 준비에만 몰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내한 공연 계약서에도 '공연 당일 무대에서 6시간의 리허설 시간을 보장해달라'는 조항이 포함됐다.
이 같은 철저한 공연 준비와 함께 한국 관객들의 인기를 얻는 또 다른 이유로 성실한 팬서비스도 꼽힌다.
그는 앞선 내한 연주에서 30회의 커튼콜과 기립박수, 1시간에 걸친 10곡의 앙코르 연주, 자정을 넘겨서까지 진행된 사인회 등으로 화제를 낳았다.
오는 10월 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어떤 진풍경이 펼쳐질지 관심을 모은다. 키신은 이날 베토벤 '함머클라비어' 소나타와 라흐마니노프 프렐류드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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