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우파연합·오성운동에 분배…첫 여성 상원의장 탄생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지난 4일 총선을 실시해 새 의회를 꾸린 이탈리아가 상하원 의장을 뽑는 데 성공, 정부 구성을 향한 험난한 장애물 하나를 넘었다.
이탈리아 상원과 하원은 24일 각각 4차까지 가는 투표 끝에 상원 의장으로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측근인 중도우파 전진이탈리아(FI) 소속의 엘리자베타 알베르티 카셀라티(71)를, 하원 의장으로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의 중진 로베르토 피코(43)를 각각 선출했다.
카셀라티는 이탈리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상원 의장이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FI, 마테오 살비니가 대표를 맡고 있는 극우성향 동맹 등 4개 우파 정당이 손을 잡은 우파연합은 당초 베를루스코니 내각에서 경제부 장관을 지낸 파올로 로마니를 상원 의장으로 밀었으나, 2014년 국가예산 전용 혐의로 기소된 그의 전력을 문제삼은 오성운동의 반대에 부딪히자 상원 의장 후보를 로마니 대신 카셀라티로 긴급히 교체했다.
이 과정에서 우파연합의 분열상 노출돼 우파연합의 와해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살비니 대표는 23일 오후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와 상의없이 로마니 지지를 철회하는 대신 제3의 인물인 안나 마리아 베르니니를 상원 의장 후보로 지지한다고 밝혔고, 이에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강력히 반발했다.
하지만, 우파연합은 심야까지 이어진 회동 끝에 카셀라티를 상원 의장 후보로 정하는 데 의견을 모음으로써 갈등을 일단 봉합했다.
상하원 의장 선출이 완료됨에 따라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은 각 정당 대표들을 불러모아 정부 구성 협상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중도우파와 오성운동이 의견 절충을 통해 상하원 의장을 각각 나눠 가졌다고 해서, 이들이 정부 구성에 있어서도 연대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는 만큼 정부 구성까지는 짧으면 수 주, 길면 수 개월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탈리아 총선에서는 어떤 정치 세력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정부를 꾸리려면 다른 정당과의 연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총선에서 37%의 표를 얻어 최다 의석을 확보한 우파연합, 32%를 득표해 최대 정당으로 급부상한 오성운동은 각각 자신들이 정부 구성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총선에서 역대 최악의 참패를 당한 중도좌파 민주당은 다른 정당과 손잡지 않고, 야당으로 남는 쪽을 당론으로 정했다.
총리 지명권을 가진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르면 내주부터 각 정당 대표들을 대통령궁으로 소집시켜 누구를 중심으로 정부를 구성할지에 대한 모색에 들어간다.
우파연합이 주도권을 쥐게 될 경우 우파연합 구성원 가운데 17%로 최고 득표율을 기록한 동맹의 살비니 대표가 총리 후보로 나설 전망이다. 오성운동을 중심으로 정부가 꾸려지면 31세의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가 이탈리아 역사상 최연소 총리직을 맡게 된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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