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자위대=국가·국민 안전 지키는 실력조직" 명기 개헌안 발표
아베 구심력 저하로 국회 발의 불투명…아베, 사학스캔들 관련 "깊이 사죄"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여당 자민당이 사학스캔들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도 법에 자위대를 명기하는 개헌안을 25일 공표했다
자민당 헌법개정추진본부(이하 추진본부)는 이날 자민당 당대회(전당대회)에서 헌법9조(평화헌법)의 기존 조항을 수정하지 않은 채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내용이 담긴 당 차원 개헌안을 공식 발표했다.
추진본부는 기존의 1항(전쟁 포기)과 2항(전력<戰力> 보유 불가)을 그대로 둔 채 개헌안에 '9조의 2'를 신설해 "전조(9조 1~2항)의 규정은 우리나라의 평화와 독립을 지키고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자위의 조치를 취하는 것을 막지 않는다"는 내용을 넣었다.
이어 "그러기 위한 실력조직으로서 법률이 정하는 것에 따라 내각의 수장인 총리를 최고의 지휘감독자로 하는 자위대를 보유한다"고 적었다.
추진본부는 당초 '필요 최소한의 실력조직'으로서 자위대를 보유한다는 내용을 넣어 자위대가 군대의 전력(戰力)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하려 했다. 하지만 논의 과정에서 이런 내용은 제외됐고, 9조 2항과 충돌해 사문화시킬 여지를 남겼다.
추진본부는 이외에도 64조2와 73조2를 바꿔 대규모 재해 발생시 내각에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진 '긴급 정령'을 발표할 수 있도록 하고 국회의원의 임기를 연장하는 내용도 개헌안에 넣었다.
자민당은 당초 사학스캔들로 아베 내각이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개헌안 발표가 미뤄질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이날 개헌안을 내놨다.
다만 사학스캔들이 확대일로인데다 개헌에 대한 야권의 반발도 거세, 예정대로 올해 안에 개헌안을 국회에 발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재무성의 문서조작 파문이 터진 뒤 사학스캔들이 재점화하며 한 달 새 10% 이상 급락했다. 닛폰TV와 아사히신문이 각각 지난 16~18일, 17~1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은 30.3%와 31%까지 내려갔다.
아베 총리는 이날 당대회에서 사학스캔들과 관련해 "행정의 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행정전반의 최종적 책임은 총리인 내게 있다"며 "깊이 사죄 말씀 드린다"고 다시 한 번 사과했다.
그러면서 "드디어 창당 이후 (최대) 과제인 헌법개정에 힘쓸 때가 왔다"며 "자위대를 명기해 위헌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것은 지금을 사는 정치가 그리고 자민당의 책무"라고 개헌 추진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아베 총리는 이날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북미정상회담을 기회로 납치문제를 전진시켜나가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자민당이 이날 발표한 개헌안에 대해 야권에서는 내용 자체에 대한 비판론과 사학스캔들에 궁지에 몰린 정당이 개헌을 추진할 자격이 없다는 식의 빈정거림이 함께 나오고 있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입헌민주당 대표는 전날 "자민당이 헌법 9조를 바꿔도 자위권의 범위가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고 하고 있지만, 신용할 만한 얘기가 아니다"고 비판했고,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공산당 위원장은 "헌법을 망가트리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정권에게 헌법을 바꿀 자격은 없다"고 개헌 추진과 사학스캔들을 함께 비난했다.
개헌에 우호적이던 일본유신의회에서도 "국회가 안정돼 숙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마쓰이 이치로<松井一郞> 대표)라는 말이 나왔다.
한편 자민당은 이날 개헌 추진과 관련해 '정당의 틀을 넘어, 선두에 서서 국민과의 논의를 깊게 해 간다', '개헌 찬성자 확대 운동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올해 행동방침도 정했다.
올해를 작년 총선거에서 국민에게 했던 약속을 실현하는 '실행의 1년'으로 위치시키는 한편, '북한에 핵·미사일 계획의 포기를 강하게 촉구한다'는 내용도 행동방침에 넣었다.
이와 함께 '미국을 비롯해 동맹·우호국과의 협력을 심화·확대한다'면서도 '영토와 역사인식에 관해 전략적 대외 발언을 한층 강화한다'는 표현도 행동방침에 넣어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에 대한 도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b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