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트럭 관세 유지되면 '미국시장' 겨냥 개발 추진하던 현대차 영향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김동현 기자 = 생산·수출 감소와 한국지엠(GM) 구조조정 등으로 고전하는 한국 자동차 업계가 '설상가상' 격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으로 다시 한 번 타격을 입을지 주목된다.
미국과의 협상을 마치고 25일 귀국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인천국제공항에서 "한미FTA와 232조 철강 관세에 대해 미국과 원칙적인 합의, 원칙적인 타결을 이뤘다"고 말했다.
구체적 타결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가장 민감한 농업 분야 추가 개방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재계에서는 농업과 함께 가능성이 큰 '양보 카드'로 꼽혔던 자동차 부문이 결국 희생양이 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가 2017년 전체 대미 무역흑자(178억7천만 달러)의 72.6%(129억6천600만 달러)를 차지하는 만큼, 자동차 부문에서 일정 수준의 양보 없이 재협상 타결이 불가능하다는 게 통상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자동차업계는 이번 한미FTA 재협상에서 정부가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국내 환경·안전기준 완화에 대한 미국 측 요구를 수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자국 업계가 강점을 가진 픽업트럭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철폐할 예정이던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유지를 요구해왔다. 아직 우리나라가 미국에 수출하는 픽업트럭 모델이 없어 산업 피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이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YNAPHOTO path='PYH2018032510060001300_P2.jpg' id='PYH20180325100600013' title='김현종 "원칙적으로 타결"' caption='(영종도=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미국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과 철강 관세 면제를 연계한 마라톤 협상을 벌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2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3.25 <br>seephoto@yna.cokr' />
하지만 현대자동차[005380]의 경우 현재 미국시장을 겨냥한 픽업트럭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만약 미국 관세가 유지되면 향후 개발 일정 등에 차질이 예상된다.
지난 1월 이경수 현대차 미국법인(HMA)장(부사장)은 "본사에 (미국시장에 픽업이 필요하다고) 강력히 요청했고, 본사에서도 개발 쪽으로 승인이 났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나라 안전기준에 맞지 않더라도 미국 기준만 충족하면 수입을 허용하는 쿼터(수입 할당량)를 기존 '업체당 2만5천대'보다 확대해달라는 미국 측 요구도 관철됐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쿼터가 늘더라도, 현재 수입차 시장에서 미국차 수요 자체가 많지 않은 만큼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2월 신규 등록 수입차 가운데 미국 브랜드의 비중은 6.8%에 불과했다. 독일 등 유럽(77.8%), 일본(15.8%)과 비교해 아직 큰 격차가 있다.
업계가 가장 걱정했던 '미국 자동차 부품 의무사용'은 이번 합의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서 자동차의 역내 부가가치 기준 상향(기존 62.5%에서 85%로)과 미국산 부품 50% 의무사용을 요구하고, 자동차 부품의 원산지 검증을 위한 '트레이싱 리스트(tracing list)' 확대 등을 제시했다. 한미FTA에서도 비슷한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동차 부품 업체에 큰 피해가 우려됐다.
<YNAPHOTO path='C0A8CA3C0000016251BB329C0014962D_P2.jpeg' id='PCM20180323004668044' title='한미FTA 재협상 관심 집중 (PG)' caption=' ' />
이날 김 본부장은 자동차 부품 의무사용, 원산지와 관련해 "미국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종합적으로 지금까지 알려진 대로라면 한미FTA 재협상으로 자동차업계가 '치명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수많은 산업 가운데, 그것도 가장 최근 어려움을 겪는 자동차 업종을 철강 등 다른 부문을 지키기 위해 추가 희생한 정부의 협상 전략 자체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구체적 피해 추산은 재협상 내용이 공개된 뒤에야 가능할 것"이라며 "만약 예상보다 양보한 부분이 많다면, 이미 2~3년 연속 수출이 뒷걸음질하며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자동차 업계는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hk999@yna.co.kr,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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