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개헌·간선제 개헌 이어 세 번째 대통령 개헌안 발의
'지방선거 동시 개헌 국민투표'에 여야 이견…국민투표行 불투명
靑, 대통령 국회연설·여야 지도부 초청 등으로 국회 설득할 듯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대통령 4년 1차 연임제와 수도조항 명시, 지방분권 지향 등을 골자로 한 개헌안을 국회에 발의한다.
대통령이 개헌안 발의권을 행사하는 것은 제5공화국 개헌에 이어 38년 만이다.
대선후보 때부터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한 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는 것을 놓고 여야 간 의견 차이가 심해 국회 문턱을 넘을 확률은 높지 않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문 대통령은 개헌안의 국회 의결을 위해 국회연설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는 역대 세 번째…1980년 '간선제 개헌' 후 38년만
문 대통령이 이날 개헌안을 발의하면 역대 세 번째로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한 사례가 된다.
최초로 개헌안 발의권을 행사한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은 1972년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대통령 직선제 폐지, 대통령 연임 제한 철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유신헌법'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당시 헌법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또는 국회의원 선거권자 50만 명 이상의 발의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었으나 이는 무시됐다.
비상국무회의에서 개헌안을 발의·공고했고 바로 국민투표에 넘겨버렸다.
두 번째로 개헌안을 발의한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전 전 대통령은 1980년 9월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된 후 헌법개정을 진행, 10월에 공포한다.
전문에서 '4·19 혁명 이념 계승'을 삭제하고 권력구조는 대통령 간선제·7년 단임제로 했다.
◇ 야권 반발 속 지방선거 때 개헌안 국민투표 실시될지는 미지수
문 대통령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아 개헌안을 발의했지만 실제로 개헌 국민투표까지 이뤄질 확률은 매우 낮다는 게 중론이다.
개헌안이 국회로 송부되면 헌법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돼야 한다는 헌법개정 절차에 따라 국회는 오는 5월 24일까지 이를 의결해야 한다.
그러나 여야가 개헌 내용과 시기 등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개헌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여당은 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함으로써 국회에 본격적으로 개헌을 논의할 장이 열린 것이라며 야권에 개헌 논의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개헌안에 국무총리 추천 또는 선출권한을 국회에 둔다는 내용 등이 담겨야 한다고 맞서면서 개헌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이다.
야권은 국회가 아닌 대통령이 개헌을 주도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는 논리를 앞세워 청와대와 여당을 비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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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소야대 지형에서 여야가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국민투표는 난망이다.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의 동시 실시에 반대하는 한국당(116석)이 단독으로 개헌 저지선(국회의원 3분의 1·현재 293석 기준 98석)을 이미 확보한 것은 국민투표가 치러지기 어렵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국민투표법 개정 역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국내 거소신고가 돼 있는 재외국민'만 투표인명부에 올리게 하는 국민투표법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해당 조항을 개정하라고 했지만 국회는 이를 해결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는 재외국민 투표권 등록 등 행정적 절차에 들어가는 시간을 고려하면 다음 달 27일까지 국민투표법이 개정돼야 개헌 작업을 완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헌법불합치'가 특정 법률이 사실상 위헌이나 즉각적인 무효화에 따르는 법적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법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그 법을 존속시키는 결정이어서 국민투표법이 개정되지 않아도 국민투표 실시는 가능하다.
다만, 개헌 논의를 두고 대립하는 여야가 국민투표법 개정을 놓고도 줄다리기를 한다면 개헌 국민투표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 靑, 전방위 야당 설득전 나설 듯
국회에서 통과될 확률이 현저하게 낮게 점쳐지는 탓에 부결 부담을 안은 문 대통령이 굳이 개헌안을 발의했어야 하느냐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 역시 여야 간 견해차가 큰 만큼 국회 의결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러나 국회에서의 개헌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청와대는 마냥 손 놓고 여야 간 합의를 기다리는 것을 '직무유기'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대통령의 공약을 지키려면 개헌안 발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설사 지방선거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지 못하더라도 청와대는 개헌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명분은 찾을 수 있다는 점은 대통령이 개헌안 발의권을 행사하게 한 정무적 배경으로 풀이된다.
이런 해석과는 별개로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막판까지 국회를 설득하는 데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방침이다. 국회 의결 가능성이 작다고 해서 야권 설득 작업을 포기하는 것도 '직무유기'이기 때문이다.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은 지난 23일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헌법 81조가 규정하는 대통령의 국회연설 권한을 활용해 국회에 직접 (개헌안) 제안설명을 드리는 기회를 갖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하는 방안과 함께 정세균 국회의장인 헌정특위 위원들과의 대화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대통령 개헌안이 국회에서 의결되지 않더라도 이런 과정이 여야 간 개헌 논의의 촉매제로 작용하고 끝내 여야 합의로 개헌안을 도출한다면 이를 최우선으로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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