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집트 대선 투표 첫날…거침없이 "엘시시 지지"

입력 2018-03-26 20:18   수정 2018-03-26 20:31

[르포] 이집트 대선 투표 첫날…거침없이 "엘시시 지지"
투표소 비교적 한산…총을 든 군인 등 경계 삼엄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이집트의 대통령 선거 투표가 시작된 26일(현지시간) 오전 카이로 남부지역인 다르엘살람에 있는 무함마드파리드 초등학교를 찾았을 때 다소 긴장감이 느껴졌다.
학교 정문에는 군인과 경찰 등 10여 명이 경계를 서고 있었고 이들 중 군인 4명은 총을 들고 있었다.
군인들은 초등학교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가방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꼼꼼히 들여다봤다.
최근 이집트 당국이 이번 대선에서 테러 등 보안 문제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투표를 불과 이틀 앞둔 지난 24일 이집트 제2도시인 알렉산드리아에서 폭탄 공격으로 경찰관 2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집트 당국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신원 확인을 거쳐 초등학교로 들어가자 건물 안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5∼6명이 차분하게 투표를 하고 있었다.
투표가 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인지 투표소는 그리 북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연임이 유력한 압델 파타 엘시시(64) 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금방 확인할 수 있었다.
지팡이를 짚고 투표소를 찾은 사루와트 무함마드 요스리(75) 씨는 '누구를 찍었느냐'는 질문을 받자 "나는 이집트를 가장 먼저 지지하고 그다음으로 엘시시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무함마드 요스리는 "엘시시 대통령은 훌륭한 지도자"라며 "그동안 많은 공사와 사업 등으로 업적을 쌓았다"고 엘시시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그는 또 다른 대선 후보인 무사 무스타파 무사(66) '가드(내일)당' 대표에 대한 의견을 묻자 "무사 대표를 잘 모른다"고 짧게 답했다.
투표를 막 마친 다른 유권자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아브라함 아흐카드 알델 미기드(70) 씨는 "엘시시 대통령을 지지한다"며 "엘시시 대통령은 이집트가 무슬림형제단 등으로부터 위협을 받던 시기에 나라를 잘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투표소에는 50대 이상의 중·노년층이 많았지만 간혹 젊은이들도 보였다.
7살짜리 딸을 데리고 온 하메드 마디아 하메드(31) 씨는 "국가와 엘시시 대통령을 지지한다"며 "엘시시 대통령은 국가의 안전과 안정을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하메드 씨 역시 무스타파 무사 대표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인물"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한국과 달리 투표소에서 거침없이 엘시시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히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만큼 엘시시 대통령의 연임이 확실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듯했다.


다르엘살람에 이어 카이로에서 부유층이 많은 마아디의 한 초등학교를 찾았지만, 투표소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정문에서 투표를 관리하는 경찰은 기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5분 정도 지난 뒤 투표소에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투표 현장에 군인과 경찰 외에 유권자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이곳에서 만난 한 카이로 시민은 "유권자가 없으므로 취재를 허용하지 않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번 대선 투표는 28일까지 사흘 동안 진행되고 유권자들은 매일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투표 첫날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하지만 '뻔한 선거'에 대한 이집트 국민의 무관심을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카이로 시민인 무함마드(25)는 "주변에 투표하지 않겠다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날 카이로 시내는 도로에 차량이 평소보다 적고 이집트 학교들이 휴교하면서 차분한 분위기였다.
noj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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