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빙속 선수 생활 끝내고 경륜 선수로 도전장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새로운 인생을 향해 돌격 앞으로 하겠습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종목에서 한국 선수로는 역대 처음 금메달을 따낸 '단거리 간판' 모태범(29)이 19년 동안 정들었던 얼음판을 떠났다.
모태범은 26일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2018 초중고대학실업 전국남녀스피드대회 무대에서 은퇴식을 펼쳤다.
남자 500m 종목이 끝나고 모태범은 지난 2월 평창올림픽에 함께 출전했던 '단거리 후배' 김준호(강원도청)와 함께 전광판에 흐르는 자신의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 질주 영상을 배경으로 한 은퇴 활주를 마지막으로 현역생활을 마무리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스케이트를 신은 모태범은 밴쿠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금메달에 이어 1,000m 은메달까지 목에 걸면서 한국 남자 단거리의 간판스타로 활약해왔다.
2011년 세계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서는 개인종합 준우승을 차지했고, 그해 동계아시안게임에서도 1,500m와 팀 추월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모태범은 2014년 소치 올림픽 남자 500m에서 4위를 차지하고, 1,000m에서는 12위로 밀리며 2개 대회 연속 메달 획득에 아쉽게 실패했다.
그는 자신의 세 번째 올림픽 무대인 평창 대회를 맞아 선수대표로 선서하는 영광을 안았으나 메달을 따내지 못했고 새로운 인생을 찾아 현역 은퇴를 결심했다.
모태범의 제2의 인생은 경륜 선수로 변신이다. 모태범은 올해 하반기에 경륜경정본부의 경륜후보생 선발에 도전할 예정이다.
모태범은 "어릴 때부터 사이클 훈련을 많이 해왔다.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선수로 활동했던 만큼 경륜이 단거리 종목이어서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동안 해왔던 것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모태범과 일문일답.
-- 마지막 활주였는데 눈물은 안 났나.
▲ 눈물이 날 줄 알았는데 안 났다. 그래도 마지막 활주라고 생각하니 울컥하기는 했다.
-- 전광판에 나오는 밴쿠버 올림픽 영상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 2010년도에 제가 잘 탔지만 벌써 8년 전의 일이다. 잘 믿어지지 않는다. 나이가 든 것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 은퇴를 결심한 이유는.
▲ 스케이트가 싫어서 그만 타는 것은 아니다. 내 나름대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서 결정했다.
-- 새로운 도전을 소개한다면.
▲ 많은 분이 사이클에 도전한다고 아는데 경륜을 준비하고 있다.
-- 경륜을 선택한 이유는.
▲ 어릴 때부터 사이클 훈련을 많이 해왔다. 경륜이 단거리다 보니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선수로 활약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된다. 사이클 장거리 종목보다는 가능성이 좀 더 있는 것에 도전하고 싶어서 경륜 선수로 변신을 결심했다.
-- 경륜 선수로서 목표는.
▲ 경륜 선수가 되려면 1년 동안 연수원에 들어가서 테스트를 받고 합격해야만 프로 경륜 선수로 뛸 수 있다. 지금 목표는 당장 경륜후보생 시험에 붙는 것이다.
-- 스피드스케이팅 지도자는 생각하지 않았나.
▲ 누구를 지도한다는 것보다는 새로운 곳에 가서 경쟁하고 싶었다. '막내' 때 느꼈던 경쟁 구도를 다시 느끼고 싶었다.
-- 주변의 반대는 없었나.
▲ 사실 가족도 깜짝 놀랐다. 주변 분들도 '지금도 현역 선수로 잘할 수 있는데 그만뒀느냐'라며 말리셨다. 하지만 나름대로 생각도 많이 했다. 스케이트보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1∼2년 전부터 경륜에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는 생각만 했지만,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 확신이 섰다.
-- 스피드스케이트 선수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 아무래도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줬던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때다. 공교롭게도 금메달을 딸 때가 생일이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반면 소치 동계올림픽은 가장 후회가 남는다. 500m에서 아쉽게 4위를 해서 메달을 놓쳤던 때가 가장 아쉽다.
-- 후배들에게 조언해준다면.
▲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후배들이 좋은 결과를 내줬다. 후배들이 너무 잘해주고 있어서 2022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지금 하는 대로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
-- 이승훈(대한항공)과 이상화(스포츠토토)와 함께 '빙속 삼총사'로 불렸는데 어떤 이야기들을 해줬나.
▲ 이승훈은 은퇴식에 오려다가 스케줄이 생겨서 못 왔다. 전화로 수고했다는 말을 들었다. 이상화는 연락이 안 왔다. 전화를 해봐야 할 것 같다.(웃음)
--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 주변에서 '생각보다 괜찮은 놈'이라고 말씀해주셨다. 일부러 은퇴식 할 때 지인은 물론 가족도 부르지 않았다. 너무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다. 후배들이 화환을 몰래 준비해줬는데 너무 감동했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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