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가구소득 600만원 이상 중학생 사교육 참여율 15.2%p 올리는 효과"
"중·저소득층, 전체 계층의 사교육 참여율·사교육비에는 큰 영향 없어"
"학부모 수요와 불일치하는 부분이 부작용 낳았다"
(세종=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학생의 창의력을 키우려고 도입한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고소득층의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국책연구원의 분석이 나왔다.
27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소식지 'KDI 정책포럼' 269호에 실린 '자유학기제가 사교육 투자에 미친 영향'(박윤수 연구위원)에 따르면 2009∼2016년 통계청의 '사교육비조사'에서 수집된 중학생 17만8천213명의 정보를 분석한 결과 이렇게 나타났다.
자유학기제를 전면 실시하면 가구소득 월 600만원 이상인 고소득층 중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이 자유학기제를 전혀 실시하지 않았을 때보다 15.2% 포인트 상승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이들의 사교육비를 연간 179만원 늘리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자유학기제를 먼저 도입한 지역과 나중에 도입한 지역의 사교육 참여율 및 연간 지출액 변화 추이(2009∼2016년)를 비교해 분석한 결과다.
자유학기제 시행 전과 시행 후를 포괄하는 2009∼2016년을 통산하면 월 가구소득 600만원 이상인 중학생의 사교육 평균 참여율은 80.6%, 연평균 사교육비는 490만2천원이었다.
다만 중·저소득층이나 조사 대상 전체를 기준으로 보면 자유학기제가 사교육 참여율이나 사교육비 변화에 의미 있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월가구 소득 600만원 미만인 중학생의 경우 자유학기제 완전 시행으로 인해 사교육 참여율이 2.7% 포인트 감소하고 연간 사교육비 지출액이 25만원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으나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라고 박윤수 KDI 연구위원은 평가했다.
전체 소득계층을 포괄하면 자유학기제의 전면 실시가 사교육 참여율을 0.4% 포인트 높이고 연간 사교육비를 13만원 증가시키는 효과를 냈으나 이 역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박윤수 KDI 연구위원은 "자유학기제가 취지는 좋은 정책이지만 입시 제도 등 제반 여건이 천천히 변화하는 과정에서 정책이 도입됐고 학부모의 수요와 불일치하는 부분이 있어 부작용을 발생시킨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과 수업의 양적 감소를 질적 향상으로 보완해 학부모의 불안을 방지하고, 방과 후 학교 등을 강화해 사교육 접근성이 낮은 학생들의 학습 기회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자유학기제는 학생들이 성적 부담에서 벗어나 진로를 탐색하고 창의성과 사회성 등을 키우도록 중학교 재학 중 한 학기 동안 교과 수업을 줄이고 체험 활동을 늘린 학사제도다.
자유 학기 중 평가는 지필고사 대신 과정 평가로 이뤄지며 그 결과가 고입 내신성적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이 제도는 2013∼2015년 시범운영을 거쳐 2016년부터 전국 모든 중학교에서 시행 중이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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