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허파는 내가 지킨다'…미세먼지 자구책 마련 나선 시민들

입력 2018-03-27 11:51  

'내 허파는 내가 지킨다'…미세먼지 자구책 마련 나선 시민들
DIY 공기청정기 만들고 미세먼지 덜한 강릉 이사 고민도
휴대용 미세먼지측정기·방독용 마스크도 등장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역대 최악 수준의 미세먼지가 연일 한반도를 강타하자 시민들이 공기청정기를 직접 만들거나 미세먼지가 덜한 영동지방으로 이사를 고려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미세먼지 문제에 정부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기 질이 갈수록 나빠지자 '나와 가족 건강은 스스로 지킨다'는 심정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 "강릉으로 떠나자"…KTX 경강선은 '탈출구'
27일 서울 시민들 사이에서는 '강릉으로 이사 가자'는 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유행어처럼 퍼지고 있다.
수도권 미세먼지가 특히 심한 가운데 태백산맥 동쪽 영동지역은 미세먼지가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는 말로 보이지만, 진지하게 이사를 고려하는 듯한 SNS 이용자도 적지 않다.
트위터 아이디 @edk****는 "심각해지는 미세먼지 지도를 보며 서울 탈출을 계획 중"이라며 "후보지는 춘천·속초·강릉"이라고 적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모(38)씨도 "아내와 미세먼지 얘기를 하다 아이 건강이 염려되니 동해안으로 이사 가야 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왔을 정도"라고 말했다.
미세먼지를 피해 강릉 나들이라도 떠나겠다는 사람들은 더 많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뚫린 KTX 경강선은 이들에게 '탈출구'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다.
직장인 정모(37)씨는 "이번 주말은 임신한 부인과 함께 KTX를 타고 평창·강릉에서 보낼 계획"이라면서 "가서 마스크 없이 제대로 숨 좀 쉬고 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영동지역 게스트하우스들은 이미 '미세먼지 없는 청정지역으로 놀러오라'며 홍보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는 등 판촉에 나섰다.



◇ DIY 공기청정기·방독 마스크도 등장
황사용 마스크와 공기청정기는 이제 가정의 '필수품'이 돼가는 모양새다.
온라인쇼핑몰 G마켓의 지난 23∼25일 마스크 매출은 전월 동기 대비 1천117% 급증했고, 같은 기간 공기청정기 매출도 882%나 뛰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시민들은 직접 공기청정기를 만드는 데 도전한다.
유튜브에서 '미세먼지 DIY(Do it yourself)'를 검색하면 선풍기, 필터 등을 이용해 공기 청정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셀프 청정기'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동영상이 수십 개 나온다.
대부분 영상은 가정에서 흔히 쓰는 선풍기에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차량용 에어컨 필터를 부착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전체 영상 시간이 10여분 밖에 되지 않는 데다 방법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직장인 김모(38)씨는 "공기청정기는 몇십만원씩 해서 부담됐는데 필터값은 1만원도 채 되지 않아 가격대성능비가 최고인 것 같다"면서 "주말에 아내와 함께 직접 만들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출해서도 미세먼지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하겠다며 휴대용이나 차량용 공기청정기를 구매한 사람들도 있다.
서울에 사는 최모(40)씨는 "일반적으로 차량에 미세먼지를 거르는 헤파필터가 다 장착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불안감에 차량용 공기청정기를 설치했다"면서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안심은 된다"고 말했다.
불안감에 황사용 마스크를 넘어 방독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방독마스크는 얼굴 전체를 덮어쓰는 방독면과 달리 코와 입 부위만 가릴 수 있으면서 방진 필터가 달린 마스크다.
이들은 평소 조각, 애견미용, 그라피티 등을 전공하거나 취미로 삼기 때문에 작업을 위해 방독마스크를 구비하고 있었는데, 미세먼지가 심각해 외출할 때도 쓰게 됐다며 인증샷을 올렸다.
이를 본 SNS 사용자들은 '이런 마스크가 있었느냐', '일반적으로 쓰는 마스크보다 이제 이런 게 필요할 것 같다'며 관심을 보였다.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기'를 구매했다는 인증샷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들은 길거리뿐 아니라 지하철 승강장과 전동차 내부, 사무실 실내 등에서도 미세먼지 수치가 높게 나온다면서 다른 SNS 사용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 "중국제품 불매·교실에 정화식물"…'자구책' 아이디어 넘쳐나
미세먼지 문제에 가장 민감한 '엄마'들이 모이는 포털사이트 육아정보 카페에서는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글이 넘쳐난다.
한 여성은 정부가 학교 각 교실에 공기청정기를 지급할 여력이 없다면 학생이 직접 공기정화 식물을 키우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글쓴이는 "식물의 공기정화 능력은 이미 검증됐다"며 "1인 1식물 키우기 운동을 하면 교실에 나무 20그루가 생기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SNS에 매일 위성 대기상태를 기록하는 1인 시위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미세먼지 주범으로 꼽히는 중국이 스스로 정화노력을 할 수 있게끔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중국산 제품을 불매운동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누리꾼은 "중국산 물건구매를 자제하자"는 글을 올렸고, "적어도 공기청정기만큼은 중국산으로 사지 않겠다"는 댓글이 달렸다.
미세먼지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트나 카페에서는 "우리나라 기상정보는 못 믿겠다"며 해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미세먼지 농도를 공유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 "미세먼지 나부터 줄이자" 운동도
미세먼지의 상당 부분은 중국 탓으로 꼽히지만 "일단 서울 안에서라도 경유차 배기가스 등 미세먼지 배출원을 줄이자"는 자발적 움직임도 있다.
30여개 시민단체가 연대해 발족한 '미세먼지 나부터 서울시민 공동행동(미행)'은 차량·이륜차 수요 관리 정책을 국회에 요구하는 한편, 서울시와 함께 차량2부제 독려 캠페인 등을 펼치고 있다.
서울환경연합은 최근 '우리동네 미세먼지 활동가'를 30명가량 모집해 서울 각 지역에서 주민 실천 방안을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주부 등 중장년층으로 구성된 이들은 각자 사는 지역에서 대중교통 이용 독려 및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우선 벌이고, 4월에는 도심에 나무 심기 활동도 펼칠 계획이다.
ah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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