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前직원 "원세훈재판 증인소환 후 러시아 도피성 출장"

입력 2018-03-27 11:49  

국정원 前직원 "원세훈재판 증인소환 후 러시아 도피성 출장"
'댓글사건 재판 방해' 김진홍 전 심리전단장 등 재판서 증언
"러시아에서 특별한 업무 안 해…국정원 대응 회의 느껴 퇴직"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됐지만 나오지 않았던 국정원 직원이 당시 증인 출석을 회피하기 위해 '도피성' 해외 출장을 갔다고 증언했다.
전직 국정원 직원 A씨는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진홍 전 심리전단장 등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밝혔다.
A씨는 2013년 4월까지 심리전단에 근무하면서 인터넷상에서 댓글 활동을 했다. 이후 강원지부 소속이던 2014년 4월과 6월 원 전 원장의 재판에 두 차례 증인으로 소환됐지만, 해외 출장을 이유로 모두 불출석했다.
불출석 경위에 대해 A씨는 "김진홍 당시 심리전단장에게서 재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소환됐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이후 본청(본원)에 가서 사실관계를 확인했고, 김 단장이 '강원지부에 가 있으면 연락을 주겠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A씨는 그 후 심리전단 소속 여직원으로부터 "증인 출석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 불출석 사유는 강원지부나 A씨가 직접 찾아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A씨는 "이후 지부장에게 보고하고 강원지부 수사처 직원들의 출장 계획에 끼어서 같이 가게 됐다"면서 "무비자로 60일이나 90일 정도 체류할 수 있는 지역을 찾다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수사처 소속이 아닌 정보처 소속이었다.
이후 A씨를 비롯한 강원지부 직원들은 2014년 4월 북한과 접촉한 러시아인의 동향 파악을 명목으로 블라디보스토크로 출국했다. 그러나 다른 직원들은 4박 5일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지만 A씨는 두 달가량 러시아에 머물다 6월에 귀국했다.
A씨는 검찰이 "2개월간 러시아에서 무엇을 했느냐"고 묻자 "특별한 업무가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이 "도피성 출장이었느냐"고 묻자 "틀리진 않은 것 같다"면서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기 위한 목적의 출장이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 같은 국정원의 대응에 회의감을 느껴 퇴직했다고 덧붙였다.
s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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