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 원전 폐로 잇따라…"원전 채산성 없다는 증거"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시코쿠(四國)전력이 에히메(愛媛)현의 이카타(伊方)원전 2호기를 폐로하기로 했다고 도쿄신문이 27일 보도했다.
시코쿠전력은 안전 조치를 강화하는 데 드는 비용에 비해 원전의 계속 운용에 따른 수익이 적어서 채산성이 맞지 않다고 판단해 이카타원전 2호기를 폐로하기로 했다.
시코쿠원전은 이카타원전 1~3호기를 운용해 왔는데, 앞서 지난 2016년 1호기에 대한 폐로 방침을 결정한 바 있다. 3호기는 작년 법원이 운전정지 가처분 결정을 받아들여 가동이 중단된 상황이다.
이카타원전 2호기는 지난 1982년 운전을 시작한 원전으로, 오는 2022년이 40년째가 된다.
일본에서 원전 가동 기간은 원칙적으로 40년이며 원자력규제위원회가 허가할 경우 1차례에 걸쳐서 최장 20년 운전을 연장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안전 기준 등을 강화한 '신규제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통과한 원전에 대해 재가동을 인정하고 있는데, 시코쿠원전은 이 기준을 충족시키는데 드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내진설계 강화 등에 드는 비용은 1천억 엔(약 1조300억 원)이나 되지만, 이 원전의 출력은 56만6천㎾로 크지 않다.
이카타원전 2호기의 폐로 결정으로 지난 2011년 후쿠시마(福島) 제1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원전을 제외하고 폐로로 운명이 정해진 원전은 모두 9기나 된다.
대부분은 이카타원전 2호기처럼 안전성을 강화하는데 드는 비용을 고려하면 채산성이 적다는 것이 폐로의 이유다.
특히 폐로 과정에서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전의 채산성은 더 나빠진다. 폐로 과정에서는 사용 후 핵연료와 핵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지 문제도 심각하다. 일본은 실험용 원자로를 제외하고는 원전을 폐로한 경험이 아직 없다.
아사히신문은 발전 용량이 크지 않은 중형 원전이 채산성을 이유로 폐로를 결정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안전대책 비용을 고려하면 원전이 싸지 않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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