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48년 전 '우주 미아'가 될 위기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아폴로 13호' 선장 짐 러블이 구순(九旬)을 맞았다.
26일(현지시간) 시카고 선타임스는 시카고 교외도시에 살고 있는 미국의 유명 '우주 개척자' 러블이 전날 건강한 모습으로 90번째 생일을 맞았다며 축하와 함께 근황을 소개했다. 1928년 3월 25일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서 태어난 러블은 우리 나이로 91세가 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유인 우주 탐사 계획 '아폴로 프로젝트'에 투입된 해군 테스트 파일럿이자 우주 비행사인 러블은 1968년 12월 지구 밖 천체를 탐사한 최초의 유인 우주선 '아폴로 8호'의 사령선 조종사로 인류 역사상 처음 달 궤도를 비행했다.
그는 1970년 4월 '달 착륙' 미션을 부여받은 '아폴로 13호'의 선장으로 우주를 비행하다 발사 사흘째 되던 날 사령선의 산소탱크가 폭발하면서 생사의 기로에 섰으나, 사령선 조종사 잭 스위거트(1932~1982), 달 착륙선 조종사 프레드 헤이즈(84)를 이끌고 나흘간 사투를 벌여 지구로 무사귀환했다.
러블은 1994년 타임 매거진 기자였던 제프리 클루거(63)와 함께 '잃어버린 달 : 아폴로 13호의 위험한 항해'(Lost Moon: The Perilous Voyage of Apollo 13)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이야기는 1995년 론 하워드 감독·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아폴로 13'(Apollo 13)으로 제작·개봉돼 아카데미상 9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2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휴스턴, 문제가 생겼다."(Houston, we've had a problem.) 사고 당시 급박한 상황을 NASA 본부 소재지에 알린 이 한 마디는 영화 속 불후의 명대사로 기억된다.
선타임스는 "러블은 인류 역사상 달까지 날아간 단 24명의 우주인 가운데 한 명이며 NASA 최초로 4차례 우주 비행 기록을 세웠다"고 소개했다.
시카고 명소 애들러 천문대는 금년 한해 러블의 성취를 기리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기획했으며, 특히 관람객들에게 "러블의 우주 여행에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 지"에 대한 글을 적어 보내도록 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러블은 우주 비행사로 활동하며 모은 다양한 기념품과 유물들을 서반구 최초의 천문대 겸 천문학 박물관인 애들러 천문대에 기증, 관람객들이 초기 우주 여행 및 탐사를 엿볼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지금도 여러 경로를 통해 NASA와 우주, 달, 우주 탐사의 미래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를 좋아하며 여가 시간에는 자택 TV에 아폴로 13 영화를 틀어놓곤 한다.
선타임스는 "러블은 아내 메릴린과 65년간 해로한 헌신적인 남편이자 아버지"라며 "NASA 내에서도 인품이 좋기로 유명했다"고 전했다.
러블은 아폴로 13호 생환 공로를 인정받아 우주인 명예 훈장과 미국 대통령이 수여하는 자유훈장 등을 받았다. 1993년에는 NASA 우주 비행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고, 지난해에는 미국 선원재단박물관 이사로 추대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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