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사르코지 스캔들 파문…독재정권·권부·브로커 유착 난맥상

입력 2018-03-27 16:18   수정 2018-03-27 18:49

佛 사르코지 스캔들 파문…독재정권·권부·브로커 유착 난맥상
佛우파정치권 들락거리며 이권 개입해온 브로커, 스캔들 핵심부에
줬다는 진술·기록 있지만, 받았다는 자 없어…"중간에서 착복했을 수도"
사르코지, 경찰조사서 "측근들 독자적 공작능력 갖춰…나는 모르는 일"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대선자금으로 리비아 독재정권으로부터 거액의 검은돈을 수뢰한 의혹을 받는 니콜라 사르코지(63) 전 프랑스 대통령이 혐의 일체를 부인하고 있다.
사르코지는 특히 본인의 지휘 하에 리비아 측 고위 인사들과 접촉했다고 진술한 자신의 최측근들과 관련해 "자기들 선에서 한 일"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스캔들에서는 정계를 기웃거리며 이권에 개입해온 정치깡패 수준의 브로커가 여러 군데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프랑스 정치판의 추악한 속살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르코지, 경찰서 "측근들 어찌하고 다녔는지 나는 몰라"
프랑스 일간 르몽드(Le Monde)와 탐사보도매체 메디아파르(Mediapart)가 입수한 사르코지의 경찰 조사내용을 보면, 그는 리비아로부터 대선자금 수수 혐의를 받는 측근 둘의 행적에 대해 '개인 자격으로 그랬을 뿐 나랑 상관없는 일'이라며 자신의 관련성을 전면부인했다.
사르코지는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내무장관이었던 브리스 오르트푸가 자금 전달책으로 지목된 사업가 지아드 타키딘과 접촉했다는 수사 내용에 대해 "개인 자격으로 그(지아드 타키딘)를 만났을 수 있는데, 그건 순전히 그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또 2007년 프랑스대선 당시 자신의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최측근 클로드 게앙 전 내무장관의 혐의와 관련해서도 "오르트푸나 게앙이 '사르코지가 그(자금전달책)를 만나라고 했다'고 말했다면 당신들은 내 책임이라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사실이 아니다. 그들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르코지의 반박과 달리 르몽드는 이 둘이 경찰에 "맡은 임무에 따라 그들(리비아 측과 자금전달책)과 만났으며 그(사르코지)의 지휘 하에서 움직였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클로드 게앙은 자금을 전달했다고 진술한 사업가 지아드 타키딘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르코지 측 당사자로 지목된 상태다.


◇카다피 전 비서실장 외국으로 빼돌리는데 프랑스 정보국장과 브로커 개입
최근 수사에서는 카다피의 비서실장을 지낸 베시르 살레를 2012년 프랑스 대선 당시 프랑스정보국(DCRI)의 베르나르 스카르시니 국장과 프랑스의 정치브로커 알렉상드르 주리가 공모해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도피시킨 사실도 드러났다. 게앙 당시 내무장관은 이 공작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시기는 탐사보도매체 메디아파르가 사르코지의 리비아 검은돈 수수 의혹을 집중적으로 보도한 때다. 살레는 카다피의 비자금을 관리하고 리비아와 프랑스 측과 중개인 노릇을 한 인물로, 카다피 사후 튀니지를 거쳐 프랑스로 건너가 프랑스 정보국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살레는 작년 말 거처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르몽드 기자와 만나 "카다피는 사르코지에게 돈을 줬다고 하고 사르코지는 받지 않았다 하는데, 나는 사르코지보다 카다피 말을 더 믿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캔들을 처음 보도한 메디아파르를 고소한 사르코지는 이 인터뷰에 대해서도 '조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등장한 브로커 알렉상드르 주리라는 인물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알제리계 프랑스인인 그는 2000년대에 프랑스 우파진영 정치권을 들락거리며 여러 이권에 개입해온 자다.
사르코지의 리비아 검은돈 스캔들을 다룬 보도에 반드시 등장하는 그는 과거 무장강도와 여러 폭력사건에 연루된 적이 있다.
사르코지 집권 시기에는 과거를 감추고 권부의 핵심인사들과의 친분을 쌓아 프랑스와 중동의 무기거래 브로커로 활동했다. 프랑스 언론들은 그를 정권의 지저분한 일을 맡아 처리해주는 일종의 하수인(homme de main)으로 보고 있다.
그는 사르코지의 측근들이었던 게앙 내무장관과 스카르시니 정보국장 등과 친분을 과시하고 다녔지만, 사르코지는 그를 한 두 차례 봤을 뿐 측근들과 가까운 줄 몰랐다고 주장한다.
리비아의 검은돈을 프랑스 측에 전달한 인물 중 하나로 지목된 주리는 프랑스 법원의 출두명령을 피해 달아났다가 지난 1월 런던에서 체포됐다. 그가 프랑스로 송환되면 수사에 급진전이 예상되지만, 그는 송환을 거부한다는 소송을 영국 법원에 제기한 상태다.
주리는 리비아에서 돈을 받아 사르코지 측에 전달했다고 자백한 레바논계 프랑스인 사업가 지아드 타키딘과는 라이벌 사이다.
중동과 프랑스의 무기거래 등을 이어주면서 이권을 챙겨오는 과정에서 경쟁관계가 구축된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의 탐사보도기자 피에르 파엥에 따르면, 주리는 타키딘을 살해하려는 계획에도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다.
사르코지는 주리와 프랑스 정보국장이 개입한 베시르 살레의 도피 계획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는 수사관들이 '대통령이 이런 문제를 모를 수 있냐'고 추궁하자 "그런 일을 승인한 적 없다. 그들이 자기들 선에서 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나아가 그는 "게앙은 내무장관이 됐을 때부터 이미 내 보좌관이 아니었다. 그 본인이 정치인이고, 독자적인 공작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도 보였다.


◇사르코지, 2011년 공습으로 카다피 패망한 것에 대한 복수극 주장
자신의 혐의에 대해 사르코지는 2011년 프랑스가 주도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리비아에 공습을 단행해 카다피를 패망하게 한 것에 대한 카다피 측근들의 '복수극'이라 주장해왔다.
그러나 최근 프랑스 경찰이 확보한 진술 외에 증거물들에서도 이런 주장의 신빙성은 상당히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리비아 석유장관을 지낸 추크리 가넴이 남긴 비망록에는 2007년 4월 29일에 사르코지 측에 돈을 전달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노르웨이검찰이 입수해 프랑스에 이첩한 이 메모장에서 가넴은 "살레의 농장에서 알바그다디(당시 리비아 총리), 살레와 같이 점심을 먹었다. 살레는 사르코지에게 150만 유로를 보냈다면서 사이프(카다피의 아들)이 300만 유로를 댔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여기 언급된 카다피의 아들 사이프 알-이슬람은 2011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리비아 공습이 개시된 직후 유로뉴스와 인터뷰에서 "사르코지는 대선에 쓰려고 리비아에서 가져간 돈을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아버지가 죽은 뒤 전쟁범죄 혐의로 리비아 법원에서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그는 최근에는 리비아 대선 출마도 선언했다.
사르코지는 이 비망록에 대해서도 "진위가 의심스럽고 날짜도 이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망록을 쓴 가넴의 죽음도 베일에 싸여있다.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뒤 유럽으로 도피한 그는 2012년 4월 29일 오스트리아 빈의 다뉴브강에서 익사체로 발견됐다. 사망 시점은 사르코지가 대통령 재선에 출마한 시기와 겹쳐진다.

◇'오른팔' 게앙 전 내무, 스캔들 핵…자금 일부 유용해 아파트 사들인 혐의도
이번 사건은 아직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리비아 독재정권과 프랑스의 권력 심장부, 협잡꾼 수준의 정치브로커들 사이의 질긴 유착관계가 난맥처럼 얽힌 희대의 정치 스캔들로 평가된다.
돈을 줬다는 사람의 진술과 기록은 여럿 있지만, 받은 사람은 없는 뇌물 스캔들의 전형적인 성격도 갖추고 있다.
현재까지 프랑스 언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카다피와 사르코지 측 사이에 오간 것으로 의심되는 검은돈의 액수는 500만 유로(66억원)에서 5천만 유로(660억원) 사이다.
배달책이라고 자백한 타키딘은 자신이 사르코지의 대선 승리 직전인 지난 2006년 말과 2007년 초 사이에 카다피 측으로부터 돈을 받아 세 차례에 걸쳐 500만 유로(66억원 상당)를 클로드 게앙(당시 사르코지의 비서실장)에게 넘겼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 의혹을 처음 보도한 메디아파르는 2013년 보도에서 카다피가 2007년 프랑스 대선 직전 사르코지 측에 5천만 유로(660억원 상당)을 건네는 데 동의했다는 내용의 리비아 측 문건을 공개한 바 있다. 이 문건에는 리비아 정보국장의 서명이 담겼다.
사르코지는 이와 관련, 경찰조사에서 중간 전달책들이 돈을 착복했을 수 있다면서 자신은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강변했다.
실제로 사르코지의 최측근이었던 게앙은 리비아 측에서 받은 돈의 일부를 유용해 파리에 고급 아파트를 사들인 혐의도 받고 있다.
법원은 경찰이 이틀간 사르코지의 신병을 확보해 심문한 직후인 지난 21일 밤(현지시간) 이 사건의 예심 개시를 결정했다. 프랑스에서 예심은 중요 형사사건의 기소 직전 단계로, 수사판사가 보강수사를 지휘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법원이 예심 개시를 결정한 것은 지금까지의 수사과정에서 모인 진술과 증거들이 사르코지의 혐의를 입증할만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보강수사에서 이에 반대되는 결정적 진술이나 증거가 나올 경우 사르코지는 기소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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