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저감조치 '혼선'…차량2부제 여긴 하고 저긴 안 하고

입력 2018-03-27 17:36  

미세먼지 저감조치 '혼선'…차량2부제 여긴 하고 저긴 안 하고
일부 기관 출입금지 번호 차량 버젓이 통과…법원앞 불법주차 행렬도


(서울=연합뉴스) 사건·법조·행정팀 = 27일 오후 2시 30분께 서울 영등포구청 주차장에는 때아닌 주차 실랑이가 벌어졌다.
짝수 번호판을 단 차량을 몰고 온 한 운전자가 "주차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주차 관리를 하는 구청 직원이 이를 거부한 것이다.
이 운전자는 "구청에 다 허가를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직원이 끝까지 주차할 수 없다고 막자 하릴없이 다른 곳에 주차했다.
그러나 같은 시간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 주차장에는 짝수 번호판을 단 차량이 아무 제지 없이 드나들었다.
이 경찰서 민원인 주차공간에는 홀수 번호판 차량과 짝수 번호판 차량이 평소와 다름없이 뒤섞여 주차돼 있었다.
서초서는 정문에 2부제 시행을 알리는 안내판도 설치하지 않고 있다가 오후 3시가 다 돼서야 홀수 차량만 운행할 수 있다는 선간판을 설치했다.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의 하나로 이날 공공기관 차량 2부제(홀짝제)가 시행됐지만,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짝수 차량 출입 차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어떤 공공기관에는 짝수 차량이 출입할 수 있고, 어떤 공공기관에는 출입할 수 없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서울고검은 경비 직원이 출근 시간에 출입로로 드나드는 차량 번호를 확인했지만, 검찰 직원 전용 주차장에 세워진 차량 중에는 5∼6대에 한 대꼴로 짝수 차량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세워진 짝수 차량 중 상당수는 5부제 시행 면제 대상인 친환경 차량이거나 전날 주차된 차량임을 알 수 있는 확인증이 붙어 있었지만, 아무런 표시 없이 주차된 경우도 많았다.
짝수 차량의 수도 올해 1월 15일 차량 2부제가 시행됐을 때보다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검찰청에서도 평소보다는 적지만 '비상저감조치'가 무색할 정도로 많은 수의 짝수 차량이 지하주차장에서 발견됐다.
일부 직원은 "경기도에서 아침 일찍 출근하려면 교통편 문제로 자가용을 끌고 올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고, 차량 출입을 관리하는 방호원들도 이런 이유로 짝수 차량을 통제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번호판 끝자리가 '2'인 차를 한 공공기관에 세웠던 운전자는 주차요원들이 제지하지 않았는지 기자가 묻자 "몰라요"라며 거세게 문을 닫고 빠르게 차를 몰고 이동했다. 다른 짝수 차 운전자도 "공공기관 직원만 지키면 되는 게 아니었느냐"며 도망치듯 기관을 빠져나갔다.





반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법은 입구에 '차량 2부제 시행. 오늘은 홀수 차량입차입니다'라는 안내 문구를 붙여놓고 차단기를 이용해 짝수 차량을 막는 등 2부제를 운영했다.
일부 민원인들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법원 앞에 짝수 번호판을 단 차량을 줄줄이 불법주차했지만, 단속하는 구청 직원은 눈에 띄지 않았다.
불법주차 차량 중에는 홀수 차량도 있었다. 법원 직원은 "'홀수 차량 입차'라는 안내를 홀수 차량 출입금지로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서울 중구청과 영등포구의회·구민회관은 아예 주차장을 차단하고 차량을 들여보내지 않았다.
실제로 이들 기관의 주차장에는 장애인 차량과 친환경 차량 외에 일반 차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후 2시30분께 중구청 주차장에 진입하려던 한 운전자는 '미세먼지 저감조치로 주차장이 폐쇄됐다'는 직원 안내를 받자 '아차' 하는 표정을 짓더니 곧바로 차를 돌렸다.


서울시교육청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 맞춰 교육청과 산하 교육지원청, 직속기관에 '차 없는 날'을 운영했다. 일선 학교는 2부제를 실시하도록 했다.
실제로 이날 160면가량인 서울시교육청 주차장은 대부분 비어 있었다. 민원봉사실이 있는 별관 앞 주차장에만 민원인 것으로 보이는 차량이 20대 남짓 주차돼 있었고 주로 직원들이 이용하는 본관 쪽 주차장에는 3대만 있었다.
서울시청 주차장은 입구에서부터 짝수차량 진입을 철저히 제한해 한산한 모습이었다. 짝수 차량도 일부 주차돼 있었으나 대부분 2부제 면제 대상인 전기자동차, 하이브리드 차량, 장애인 차량이었다.
그러나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쪽은 상황이 달랐다. 짝수 차량 몇 대가 청사 안에 버젓이 주차돼 있었다.
공공기관마다 차량 2부제 시행에 온도 차를 보이면서 2부제를 잘 지킨 시민들만 피해를 본다는 불만도 나왔다.
택시기사 A씨는 "공공기관이 2부제를 시행한다고 했으면 지켜야 한다"며 "규칙을 잘 지킨 사람만 불편을 겪고 손해를 보는 건 명백히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comm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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