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는 공적영역내 가부장적 문화의 불법성을 드러낸 것"

입력 2018-03-27 18:07   수정 2018-03-27 18:30

"'미투'는 공적영역내 가부장적 문화의 불법성을 드러낸 것"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미투를 통해서 본 한국사회의 남성성' 포럼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김은실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는 "미투 운동은 공적 영역의 가부장적 문화의 불법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며 "공기와도 같은 가부장제 문화를 어떤 방식으로 해체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27일 중구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열린 '이후 포럼'에서 '미투를 통해서 본 한국사회의 남성성'이라는 주제로 발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가부장제 자체가 과연 근대적 요건을 갖춘 것인지 한 번도 토론된 적이 없었다"며 "미투 운동은 공적 영역에서 가부장적 권력이 작동되는 것은 불법적인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가부장제 문화가 남성에게 허용하는 권력 없이는 미투 피해자들이 겪는 현실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위드유'가 지속하려면 미투를 어떻게 지지할지에 대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며 우리 사회의 남성성에 대한 성찰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역사적으로 볼 때 외세와의 종속적인 관계에서 구축되어 온 한국사회의 지배적 남성성은 국가와 자신을 일치시키고 내부의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간과한다고 설명하면서 이것이 한국의 지배적 남성성이 가진 허위성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정재원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는 수많은 남성이 일상에서 성범죄를 쉽게 자행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매매 문화에서 기인한다며 "미투 운동이 활발히 일어나는 순간에도 성폭력이 공공연히 벌어지는 '성산업'이 젠더 폭력의 근원지"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미투 운동을 보면서 안타까운 것은 많은 여성이 고통을 강요받는 '성산업'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이라며 "유명인사나 권력자의 성범죄를 단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부분을 다뤄야 사회의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배우 정려원이 위드유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정려원은 "피해자들은 오랜 시간 동안 여러 방법으로 피해를 알려왔지만 사회에서 묵인되었다"며 언젠가는 작은 목소리가 큰 울림이 돼서 성범죄가 줄어들고 사회적 인식이 바뀌길 바란다고 밝혔다.
hisun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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